“북한 ICBM, 미국 알래스카·하와이 타격” 전문가 진단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 "북한 ICBM 사거리 1만km 넘어서", "핵 EMP용으로 핵탄두 사용할 경우, 대기권 재진입 기술 필수요소 아닐수도 있어", "핵 EMP개념으로 접근할 수도 있어"

허고운 기자|2017/07/04 19:16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발사 성공과 관련된 특별중대보도를 한 4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보도 내용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북한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 발사 성공을 주장하면서 북한의 미국 타격 능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번 미사일이 ICBM인지는 분석해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지만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미 ICBM 기술을 갖췄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이날 아시아투데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오늘 발사한 미사일은 지난 5월 발사한 미사일보다 최고고도, 비행시간, 비행거리가 모두 늘었다”면서 ICBM 성공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관측했다.

북한은 이날 발사한 미사일이 2802km의 최고 고도로 39분간 933km를 비행했다고 밝혔다. 통상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최고 고도의 3배 정도로 추정하는 만큼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화성-14의 사정거리는 8400km에 달한다. 통상 ICBM은 최소 5500km 이상을 말하지만 표준 ICBM의 사거리는 1만km로 본다. 미국 본토와 북한의 거리는 약 9000km이며 약 6700km를 날아갈 경우 알래스카와 하와이를 타격할 수 있다.
권 교수는 “이번 미사일은 알래스카와 하와이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인 데이비드 라이트 박사도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현재까지 전해진 데이터들을 근거로 분석할 때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6700km를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미국이 ICBM으로 간주하는 범위에 놓인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북한의 ICBM 사거리 목표는 6700km, 1만km, 전 세계를 타격권에 놓을 수 있는 1만3000km 3단계로 볼 수 있다”면서 “북한의 주장으로 봤을 때 현재 1단계는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이미 ICBM의 사거리에 해당하는 발사체를 개발한 상태다. 북한은 1998년 사거리 2500km의 대포동 1호를 발사하며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시작했다. 2006년에는 비록 1단 분리 후 곧바로 폭발했지만 사거리 6700km 이상으로 추정되는 대포동 2호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했으며, 2012년 12월과 2016년 2월 각각 발사된 은하3호는 궤도진입에 성공했다. 은하3호를 탄도미사일로 전환했을 때는 사거리가 1만km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ICBM 성공의 관건은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다. 대기권 밖을 벗어난 탄두가 낙하할 때 섭씨 7000도가 넘는 온도를 견뎌야 하는데 이 때 고열로 표면이 깎이는 이른바 삭마현상이 발생한다. 이 때 탄두를 보호하고 표적에 정확하게 떨어지게 하는 게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다.

북한은 아직 이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로 알려졌지만 무기로서의 위협이 없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핵탄두를 공중에서 폭발시켜 해당 지역의 전자장비를 파괴하거나 마비시킬 수 있는 핵 EMP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핵 EMP용으로 핵탄두를 사용할 경우에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필수요소가 아닐수도 있다”며 “북한이 만약 핵공격 개념을 기존의 생각이 아닌 핵 EMP로 접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 인정을 받을 때까지 전략적 로드맵에 따라 도발을 반복하며 핵개발에 나설 수 있다”면서 “파국을 막기 위해 석학들이 모여서 함께 시스템적으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