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중국 최고 지도자 후보 미덕은 은인자중

튀면 죽는다는 불후의 진리

홍순도 기자|2017/10/18 14:22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이 있다. 주머니 속의 송곳이라는 뜻으로 뛰어난 인재를 일컫는다. 이런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주변 사람들의 눈에 확 들어온다. 몸 담고 있는 곳이 정계라면 국가의 최고 지도자로 부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사람에게는 공통적으로 주변의 견제가 많이 들어온다. 최악의 경우 흔들기의 희생양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세계사를 보면 사례도 부지기수로 많다. 때문에 결정적 순간이 올 때까지 자신의 야심을 드러내지 않고 납작 엎드리는 것도 보신(保身)과 대업을 이루기 위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말이 쉽지 이렇게 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차기 최고 지도자를 미리 낙점하는 장(場)이 될 중국 공산당의 제19차 전국대표대회의 전경. 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막을 올렸다./제공=신화(新華)통신.
18일 5년마다 열리는 전당대회인 전국대표대회의 19차 대회를 개최한 중국 공산당에도 최고 지도자로 꼽히던 낭중지추들은 많았다. 중국 정치에 밝은 베이징 소식통의 전언에 따르면 그러나 이들 중 실제로 예상처럼 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대표적으로 린뱌오(林彪) 전 국방부장을 꼽을 수 있다. 마오쩌둥(毛澤東)의 후계자가 될 것이 확실하다고 주변에서 마구 펌프질을 하자 바로 나대다가 권좌에 오르기는커녕 목숨마저 잃었다.
21세기에 들어와서는 천량위(陳良宇·70) 전 상하이(上海) 서기와 보시라이(薄熙來·68) 전 충칭(重慶)시 서기가 그랬다. 최고 지도자 반열에 오를 것이 유력시됐으나 납작 엎드리지 못해 칼을 맞았다. 올 7월에는 최소한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던 쑨정차이(孫政才·53) 전 충칭시 서기가 비슷한 횡액을 당했다. 은인자중하지 않은 채 차기는 나라는 듯 행동하다가 너무 튀면 죽는다는 불후의 증명을 확실하게 증명했다.

이런 현실에서 쑨 전 서기와 함께 차세대 쌍두마차로 불리던 후춘화(胡春華·53) 광둥(廣東)성 서기가 주목되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외신에 따르면 놀랍게도 그는 납작 엎드리고 있다고 한다. 최근 자신은 최고 지도자 감이 아니라는 입장을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을 비롯한 최고 지도부에 밝혔다는 것. 심지어 최고 권력으로 가는 대합실인 7인 정원의 정치국 상무위원회 진입도 고사하고 있다고 한다. 이 점에서 보면 그는 선배인 천, 보 전 서기나 동년배인 쑨 전 서기와는 달리 최소한 은인자중을 할 줄 아는 낭중지추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에게 기회가 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일부 외신들에 나도는 것은 다 이유가 있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