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투깝스’ 조정석 “장르불문, 쓰임새 많은 배우 되고 싶어요”
조정석/사진=문화창고 |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정말 어울리는 배우가 있다. 영화면 영화, 드라마면 드라마. 그가 출연한다고 하면 대중들은 의심 없이 작품을 선택한다. 이는 배우 조정석의 말이다. 대중들이 믿어주는 만큼 조정석은 연기로 보답하고자 쉼 없이 달리고 있다.
MBC 월화드라마 '투깝스'의 종영 인터뷰를 위해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정석은 한편의 마련 돼 있던 피아노에 앉아 연주를 했고, 감미로운 선율이 카페 안을 가득 채웠다. 인터뷰 전 진행하는 이벤트인가 싶었지만, 차기작으로 선택한 연극 '아마데우스'를 위한 준비였다.
"연극에서 역할이 모차르트인만큼 피아노를 다뤄요. 피아노는 처음 배웠는데, 여기 (인터뷰 장소) 왔더니 대기실에 피아노가 있어서 쉬는 시간마다 손가락 푸느라 연습하고 있어요."
영국 극작가 피터 셰퍼(Peter Shaffer)의 '아마데우스'는 재능을 가진 모차르트와 그의 재능을 질투하는 살리에리의 이야기를 그린다. 조정석은 주인공 모차르트 역을 맡았다. 평소 음악을 좋아했던 조정석은 '아마데우스'라는 작품이 남달랐다. 평소 좋아했던 작품에 출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아마데우스를 워낙 좋아했어요. 많은 분들이 아실지 모르겠지만 영화 아마데우스는 토요명화에 꼭 나왔다. 그때 봤던 영화를 고스란히 내가 할 수 있다는게 신기하기도 해요. 일단 '투깝스'기 끝나고 연습실에 가니 연극에 대한 실감이 나더라고요. 그 전까지는 내일도 촬영하러 가야할 것 만 같았어요.(웃음) 집에 있으면서 연습실에 가서 연습을 하니 새로워요.
조정석은 '투깝스'에서 강력계 형사인 차동탁과 그의 몸에 빙의된 사기꾼 공수창으로 처음으로 1인 2역에 도전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1인 2역에 도전하는 그였지만, 캐릭터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 쓰인 대본에 충실했고 자신을 믿었다.
"따로 1인 2역을 맡았다고 해서 시간을 할애해서 준비한 부분은 없었어요. 있다면 액션을 위해 액션 스쿨 가서 훈련을 받았다는 거예요. 많이는 받지는 않고, 상대방과의 합이 중요하니깐 연습할 시간이 필요했어요. 영화 '역린'때 액션을 한 경험이 있어 어느 정도 파악했는데 이번 훈련을 통해 '어떻게 해야겠구나'에 대한 감이 생겼어요. 액션이라는 것은 절대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돼요. 부상과 연결 돼 있기 때문에 항상 긴장했던 것은 사실이에요."
조정석/사진=문화창고 |
1인 2역을 맡아 형사와 사기꾼을 넘나들며 열연을 펼쳤던 조정석은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그 결과 지난해 연말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조정석은 자신의 수상보다는 함께 호흡을 맞춘 후배 김선호의 수상에 더 기뻐했다.
"언제나 늘 상을 받는 건 좋은 것 같고, 열심히 노력한 보상 같아요. (김)선호가 우수 연기상과 신인상을 받은 것이 더 기분이 좋았어요. 선호는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이야기를 하다 학교 후배라는 걸 알았어요. 학연과 지연을 따지면서 일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학연과 지연을 따지는 건 오롯이 그 사람만 보는 것이 아닌 나름 선입견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상대방의 인성과 성품을 보려고 해요. 선호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좋았던 친구에요. 촬영을 할수록 '좋은 배우'라는 걸 알았고, 순발력·감성도 풍부해요."
그래서일까. 첫 느낌이 좋았던 만큼 김선호와의 브로맨스(브라더(brother)+로맨스(romance)의 합성어)는 완벽했다. 혜리와의 로맨스를 바라는 시청자들이 있다면, 김선호와의 브로맨스를 기다리는 대중들의 반응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처음에 작가님이 (작품에 대해)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그 이야기가 어떻게 보면 공조수사의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극중 악의 축이 있고, 그 축을 무너뜨리기 위한 서동탁(조정석)의 수사 극이잖아요. 공수창과 차동탁의 공조수사가 우리 드라마를 재밌게 보신 분들의 기억이 뇌리에 박힌 구조라고 생각해요. 브로맨스가 돋보였다는 일각의 시선이 틀리지 않은 것 같아요."
조정석의 필모그라피를 보면, 영화 '건축학개론' '관상' '역린' 등을 비롯해, 드라마 '더킹 투하츠' '오 나의 귀신님' '질투의 화신', 뮤지컬 '헤드윅' 등 굵직한 작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느 한 장르에만 국한 돼 있지 않고, 자유로이 넘나들며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연기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조정석의 욕심이자 목표이기도 하다.
"저는 쓰임새가 많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예를 들면 '아마데우스'도 모차르트가 주인공이라 피아노 연주를 하는 장면이 많은데, 피아노 연주 장면 때문에 선택을 안 할 이유는 없었죠. 극 연출을 위해 피아노를 치는 것이지, 완곡을 치는 것이 아니라 큰 부담감으로 오지는 않았어요. 연기는 한도 끝도 없고, 정답도 없는 것 같아요. 정말 죽을 때까지 연기자의 삶을 산다면, 죽기 직전까지 고민할 것 같아요.(웃음) 그래서 더 발전하고 채찍질하고 경험을 쌓고 싶어요. 그리고 변화가 있다면 결코 내가 생각하고 내가 판단한대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에, 더 신중해지고, 주위에 말에 귀 기울이는 것 같아요."
조정석/사진=문화창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