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 문 닫힌 이란 대신 美 석유화학시장 눈독
건설부문 수익성 낮고, 이란 수주 불투명
미국산 셰일가스로 유가상승 대비책 마련
'성장성 제시' VS '부채증가' 엇갈린 시선
황의중 기자|2018/02/04 16:57
대림산업은 지난달 말 태국 PTT글로벌케미컬과 공동투자를 통해 미국 오하이오주 셰일가스 생산지역에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셰일가스 추출물을 원료로 에틸렌·폴리에틸렌을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해 공동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대림산업의 미국 석유화학시장 진출은 작년 3월 미국 석유화학업체가 매물로 내놓은 약 2조원 규모의 에탄분해설비(ECC) 공장 매각에 참여하면서 본격화됐다. 보수적인 경영으로 유명한 대림이 이처럼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데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더구나 이란 건설시장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것도 이런 선택을 강요한다. 이란 박티아리 댐(19억 달러)과 이스파한-이와즈 철도(53억 달러)사업 모두 가계약 이후 답보상태다. 대림산업도 이를 반영해 올해 신규 수주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30% 적은 7조원으로 잡았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미국과 이란의 정치적인 갈등으로 이란 수주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상반기 수주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산 셰일가스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할 때 이득이 크다는 점도 대림산업이 미국 석유화학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통상 국제유가 상승은 건설 발주 증가로 건설업에는 호재가 되지만, 석유화학제품 원가율을 높여 유화부문 이익 감소로 이어진다. 하지만 셰일가스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할 경우 낮은 원가로 인해 유가상승기에도 별다른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건설부문의 호재를 살리면서 유화부문 이익은 이익대로 챙기는 ‘이상적인 구조’가 완성되는 것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셰일가스 기반의 석유화학제품 생산을 늘려 유화부문 전체 매출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다만 석유화학부문 강화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엇갈린다. 김기룡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림산업은 4분기 실적 부진과 낮은 수주 목표치로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며 “이 가운데 유화 신규 투자 발표는 지금 대림이 가장 필요한 성장성을 제시한 긍정적인 이벤트”라고 평가했다.
반면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대림의 계획대로라면 최소 5억~10억 달러의 지분 투자가 있어야 한다”며 “대규모 투자로 인해 차입금이 증가하면서 부채비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아직은 불확실성이 높은 투자”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