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상화폐 제재나선 LGU+…가상화폐 규제 정부→기업으로 번지나
LG유플러스 사내 게시판에 '가상화폐 사용관련 구성원 게시문' 게재
향후 가상화폐 관련 신사업에 부정 여론 형성 우려도
일각에서는 "개인의 판단을 회사가 재단하는 것은 옳지 않아" 지적
배지윤 기자|2018/02/07 18:53
7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의 황상인 최고인사책임자(CHO)는 전날 오전 사내 전산망에 “개인 및 사회에 미칠 경제적 부작용에 대한 많은 우려가 있다”며 가상화폐 관련 사이트를 차단하는 ‘가상화폐 사용관련 구성원 게시문’을 게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는 이 게시문을 통해 “거래화폐 폐지·거래소 해킹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임직원의 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에 당사는 사내 네트워크를 통한 가상화폐 관련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을 차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가상화폐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지대한 만큼 근무분위기 저해·재산 손실 등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금융사도 아닌 일반 사기업에서 가상화폐 관련 규제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유플러스는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되자 구체적인 조치를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LG유플러스는 가상화폐 관련 사이트 접속이나 가상화폐 채굴 프로그램 설치 유무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해 위반사항 적발 시 강력히 제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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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타 IT 기업들은 블록체인이라는 차세대 기술 관련 조직을 정비하고 사업을 준비 중인데 LG유플러스는 블록체인의 한 부분인 가상화폐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며 “물론 사내 네트워크를 업무 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가상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만들고 개인의 판단을 회사가 재단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사업 육성 면에서도 긍정적인 조치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동종업계 경쟁사인 SK텔레콤·KT는 가상화폐의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의 긍정적 요소를 보고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LG유플러스의 이런 조치는 추후 가상화폐 관련 신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사내 여론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SK텔레콤은 가상화폐로 잘 알려진 이더리움의 표준을 정의하기 위한 비영리 산업조직인 이더리움연합체(EEA)에 합류했다. 향후 블록체인을 플랫폼화해 기업들의 기술접근성을 높이고 산업전반에 확산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KT도 블록체인을 올해 5대 중점사업으로 선정, 육성하고 있다. 황창규 KT 회장도 지난해 말 “2018년에는 5G와 인공지능과 더불어 블록체인을 현실화하겠다”며 신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LG유플러스는 이와 관련해 “현재도 사내망은 업무 목적 이외에 이용할 수 있는 게임 등의 사이트는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며 “이번 경우도 이와 동일한 맥락의 조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