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뒷담화]늦은 감 있지만…수출입은행, 주채권은행 도리 다하길
최현민 기자|2018/03/16 06:00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이 지난 8일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법정관리가 곧 사망선고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수차례 반복한 말입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1월부터 두달간 진행된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성동조선해양을 법정관리에 넘기기로 결정하고, 더 이상 신규 자금 지원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만 회사가 법원에 의한 회생절차를 신청할 경우 법원과 소통을 통해 회생계획 마련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습니다.
수출입은행이 비난받는 이유는 한가지입니다. 산업논리에 입각한 구조조정 보다 지역 여론 등 정치적 고려를 앞세워 지속적으로 혈세를 투입해 왔기 때문입니다. 2010년부터 8년간 총 4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성동조선의 부채규모는 현재 3조1000억원에 달합니다. 반면 현금 보유량은 1000억원, 수주 잔량은 5척에 불과합니다.
8년이란 긴 시간 동안 수출입은행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조선업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이런 정황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은 채 경영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방관한 것입니다. 그동안 자금지원을 중단하고 법원에 맡기는게 낫겠다는 주장도 줄곧 나왔지만 실사 결과를 번복하면서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주채권은행으로서, 국책은행으로서의 도리를 다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지금 와서 잘잘못을 따진들 그동안 투입했던 혈세를 복구 시킬 순 없습니다. 지나간 일은 잊고 향후 성동조선의 회생계획마련 및 이행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는 등 주채권은행으로서 모습을 이제나마 보여주길 바랍니다.
한편으론 법정관리가 파산 선고가 아니라는 은 은행장의 말에 성동조선이 회생할 것이란 한줄기 희망을 걸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