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미회담 직전 전격 방중…‘중국 카드’로 대미협상력 강화
허고운 기자
2018/05/08 18:15
2018/05/08 18:15
북한, 미국 압박 속 중국과 혈맹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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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북한과 중국 매체들은 이날 김 위원장이 지난 7일 전격 방중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했다고 동시에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3월 25~28일 베이징을 전격 방문한지 불과 40여일 만이며, 시 주석의 답방도 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북한은 중국과의 잦은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 뿐 아니라 남북, 북·미로 기울어진 한반도 질서 균형추를 북·중에 맞추려는 의도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2일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북한에 보내 북·중 우호관계를 과시했다.
이에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명의 문답을 통해 “미국이 우리의 평화애호적인 의지를 ‘나약성’으로 오판하고, 우리에 대한 압박과 군사적 위협을 계속 추구한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도 다가올 북·미 정상회담이 난항을 겪더라도 중국을 통한 돌파구가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북·미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정상회담 장소와 날짜 발표시점이 늦어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이 중국의 항공모함 진수식에 참석한 점에 중국의 메시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과의 협상이 잘 되지 않더라도 안전 보장을 해줄테니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라’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중국 입장에서는 한반도 상황에 확실히 개입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어 북·중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다. 중국이 북·미 협상 테이블에서 한·미 연합훈련 전격 중단 및 주한미군 철수를 의제로 올리라고 북한에 요구했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북한의 핵 도발과 한·미 연합훈련이 동시에 중단되는 ‘쌍중단’을 주장해 왔다.
북·중 신밀월 관계가 강화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남북한과 미국 중심의 3자 논의에 비해 중국이 포함된 4자 논의는 해법 마련이 더 복잡해질 수 있으나, 북한과 중국의 ‘혈맹’ 관계를 고려하면 미국으로서는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미국과 수교를 하고 체제 보장을 받고자 한다는 김 위원장이 협상을 목전에 두고 중국 항모 진수식에 참석하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불쾌한 일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 센터장은 “중국의 입장은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의 요구에 따라 북한이 조건부 비핵화를 언급하고 북·미 협상에서 어려운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