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핵화 협상, ‘전부 아니면 전무’ 접고, 현실적 접근한다”
로이터통신, 미 행정부 당국자 인용 보도
백악관 발표와 달리 1일 판문점 후속 협상 실질적 성과 내지 못해
CVID 대신 '상호 위협 감소'에 방점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2018/07/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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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은 4일(현지시간) 미국 행정부 당국자들은 인용 “미국이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북한 방문을 통해 핵 감축을 위한 로드맵 합의를 희망하는 가운데 ‘올 오어 낫싱’식의 접근법은 접어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백악관의 거듭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진전’ 발표와 달리 북·미 간 사전 실무접촉이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이유다.
1일 판문점에서 진행된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 실무협상에서도 북한 측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포함, 최종 합의문에 담을 핵심용어들을 규정하려는 미국 측 시도에 반응을 보이길 대체로 거부했다고 한 당국자는 밝혔다.
이에 따라 지금이 미국 측 입장에선 “구부리느냐 아니면 깨뜨리느냐의 선택”의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백악관의 밝힌 상황과 차이가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 “북한과 ‘많은 좋은’ 대화들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했고,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전날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사실을 전하면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국무부가 1일 판문점 접촉 이후 비핵화의 목표를 기존의 ‘CVID’ 대신에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로 재정립한 것도 이러한 흐름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측은 패전국이나 쓸법한 ‘항복문서’라며 ‘CVID’라는 용어에 극도의 거부감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이 모든 요구를 수용하라고 북한을 압박하는 입장을 견지하는 것보다는 단계적 협상의 승산이 더 크다는 한국 측의 조언도 있었다고 두 명의 미국 관료가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이와 관련, 한국의 한 당국자는 지난달 워싱턴 DC에서 열린 회의에서 미국 당국자들에게 정권교체로 귀결될 수도 있는 일방적인 군축 방안이라고 북한이 인식하는 ‘CVID’를 계속 요구하는 대신 ‘상호 위협 감소’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한국 당국자는 북한 측이 난색을 표명할 수 있는 만큼, 수백 명의 조사관이 현지에 들어가는 관례적인 핵 사찰방식은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피력했다고 한다.
미국의 이러한 변화에는 ‘올 오어 낫싱’ 식의 태도를 견지한다면 북한 문제에 있어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계속 구하는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현실인식도 작용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패트릭 크로닌 미 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 안보소장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프로그램 전체를 곧바로 포기하기를 원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주요 부분에 대해서는 흔쾌히 해체하려고 할 수도 있다”며 “이에 따라 미국은 김정은이 몇 달 내에 어느 정도의 프로그램을 해체하려고 할지에 대해 탐색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북한을 자극하는) 일부 용어를 쓰지 않는 게 필요한 상황이라면 워싱턴은 이 시점에서 흔쾌히 그렇게 할 의향이 있어 보인다”며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주요 요소들에 대한 ‘검증된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얻어낼 수 있는 최선인 만큼 워싱턴은 조용히 (CVID 대신) FFVD를 강조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설령 협상 당사자들이 마음속으로는 서로 다른 목표가 있더라도 애매모호한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합의에 이르게 하는 공간을 그만큼 열어주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