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브라질 부동산펀드 잔혹사…미래에셋운용, 운용보수 ‘제로’ 선언
장진원 기자|2018/09/14 06:00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전날 공시를 통해 펀드 결산에 따른 보수 변경 내역을 밝혔다. 해당 펀드는 지난 2012년 초에 판매된 ‘미래에셋맵스 프런티어 브라질 월지급식 부동산투자신탁1호(분배형)’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순자산총액의 0.2%인 자산운용관리보수와 0.3%인 판매회사보수를 모두 0%로 낮췄다.
이 펀드는 브라질 상파울루의 베히니(Berrini)에 위치한 호샤베라 타워(Rochavera Corporate Towers)가 주요 투자 대상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2년 펀드 조성 및 일반투자, 부동산담보대출 등을 통해 이 빌딩을 5156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이 펀드는 빌딩 임대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매달 월분배로 돌려주는 방식을 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입지나 임대현황 등 투자상품으로서의 가치는 브라질 오피스빌딩 시장에서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실제로 호샤베라타워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매입을 결정한 2012년 당시 대비 최근 15%가량 자산가치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환율이다. 2012년만 해도 잘 나가던 브라질 경제는 이후 정치·사회 불안이 가중되면서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당시 브릭스 중 하나로 세계경제를 이끌 차세대 주자로 각광받았던 브라질은 현재 이머징 시장의 ‘미운 오리’ 신세가 됐다. 헤알화 가치 역시 급락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빌딩 투자에 나선 2012년 초 1헤알당 619.9원 수준이었던 환율은 12일 현재 273.64원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 기간 동안 떨어진 헤알화 가치만 55.9%에 달한다.
사정이 이렇자 펀드 수익률도 환율 직격탄을 맞았다. 더욱이 이 상품은 환율변동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환헤지 전략이 없다. 헤알화 환율 변동에 따라 환위험에 100% 노출돼 있는 구조다. 적정 수준의 임대수익을 꾸준히 거둬도 헤알화를 원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환손실의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펀드 투자설명서에도 현지의 경제 상황, 환율변동성 등을 이유로 위험등급 5등급 중 1등급(투자위험 매우높음)으로 분류돼 있다.
실제로 해당 펀드의 수익률은 설정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8월말 현재 펀드 설정일 이후 올 8월말 현재 연평균수익률은 -17.23%에 불과하다. 지난해 9월부터 올 8월말까지의 최근 1년간은 -39.61%로 더 처참한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달 19일 서울 모처에서 펀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익자총회를 열 예정이다. 올해 말인 펀드존속시한을 앞두고 만기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펀드 결산시기가 와 만기를 연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