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블록체인의 철학과 토큰이코노미의 실질적 가치에 주목하라

2018/09/21 06:00
김형주 사단법인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이사장
비트코인의 출현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국가부도 사태라는 시대적 배경을 갖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는 글로벌 경제에 수조 달러의 손실을 입히고 거대 금융기관과 일반 대중간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는 인간의 도덕이 아닌 컴퓨터의 이성적 계산에 의존해 월가의 욕망이 개입할 여지를 차단, 탈중앙 자금 이체 신뢰 시스템을 제공하고자 했다.

물론 비트코인의 거래를 안전하게 해주는 보안 솔루션인 블록체인은 백업 시스템을 갖춘다 하더라도 시스템 에러나 시스템 정지를 피하기 어렵다는 공포를 극복하고자 만들어진 개념이다. 블록체인은 효율성과 투명성, 저렴한 운영비라는 경제성을 담고 있지만 더 깊이 들어가면 생산과 거리가 먼 돈으로써 배를 불리는 월가의 검은 욕망과 미국 달러 패권적인 브레튼우즈체제를 비판하고 극복하고자 등장한 기술이다. 그것은 화폐가 생산물과 거리가 멀어지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즉 원래 화폐란 생산물의 교환수단이었다는 점을 우리에게 환기시키고 있는 셈이다.

최근 자주 회자되고 있는 코인과 토큰이라는 용어도 그러한 화폐적 원래적 기능을 환기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사실 토큰이라는 개념은 바로 생산물과 생산물의 사용 권한을 이어주는 매개물이다. 과거에 학생들이 사용했던 회수권과 토큰처럼 토큰은 재산의 증식과는 거리가 멀다. 다만 토큰은 보다 바람직한 행동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심리적 그리고 가치적인 측면을 담고 있다. 마치 초등학교 시절에 담임 선생님이 숙제를 잘 해온 아이들에게 ‘참 잘 했어요’ 스탬프를 찍어줬던 것처럼.
그러나 그와 같은 시대인식과 문제의식은 우리의 현실 속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 사회에서 블록체인과 코인 또는 토큰은 매우 위험천만한 사기의 수단으로 보거나 돈세탁의 수단으로 혹은 묻지마식 투기 정도로 이해되는 게 현실이다. 물론 그러한 측면도 없지 않다. 돈스코이호에 매장된 보물을 끌어올려 엄청난 수익을 배분해줄 것처럼 우리의 눈을 현혹하는 코인 사기꾼들이 판치는 것도 현실이다. 우리 앞에 드러나는 수많은 코인들은 실은 블록체인의 철학과 기술을 담고 있지 않다.

만약 우리도 외국처럼 상장하려는 코인 개발자나 사업자들이 100 페이지 정도의 백서를 비롯한 개발내용과 개발자들의 이력에 대해 작성하게 한다면 상당수의 가짜 코인들은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다. 지난겨울 비트코인 광풍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지 어언 10여 개월이 지났다. 현재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도 그리 높지 않아서 투지 열기도 수그러들 대로 수그러든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있어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올바른 이해는 늘어가고 있다. 다행히 정부도 조금씩 블록체인 기술의 중요도를 인식하고 정책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블록체인은 보안기술이자 복지기술이자 분배기술이며 ‘자리이타(自利利他)’의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이다. 보다 과학적 인식과 미래의 안목이 잘 버무려져서 현실 속에서 블록체인이라는 4차산업 혁명의 꽃이 우리 사회에 보다 빨리 피어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