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뒷담화]CIO 선임에도 갈 길 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장진원 기자|2018/10/25 06:00
경제부 장진원 기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사상 유례없는 1년 3개월 간의 수장 공백 사태에서 벗어났습니다. 7월 기준 643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최고투자책임자(CIO)가 부재한 상황에서 파행운용해온 문제점이 비로소 해결된 셈입니다. 더욱이 기금운용본부장 선임 과정에서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재공모 논란,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인물의 탈락 후 언론 인터뷰 등은 CIO 공석 사태 못지않게 기금 운영의 공정성과 독립성에 대한 우려를 낳은 것도 사실입니다.

안효준 신임 기금운용본부장은 BNK금융지주에서 글로벌총괄사장으로 일하며 투자와 국제적 감각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는 기금운용본부에서 해외증권실장과 주식운용실장 등 주요 간부로 일해 기금운용의 적임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CIO 선임 이후에도 갈 길이 멀다는 지적입니다. 핵심 간부인 주식운용실장과 대체투자실장 자리가 여전히 비어 있습니다.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 국내주식과 국내대체투자 부문은 전체 기금 자산의 23%를 차지합니다. 두 부문의 운용자산은 각각 124조7000억원, 21조5000억원에 달합니다. 현재 주식운용실장은 김종희 채권운용실장이 겸임하고 있습니다. 안전자산의 대표격인 채권 운용 책임자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대표격인 주식운용을 맡고 있는 모양새가 정상일 리 없습니다.
운용 책임자 공백이 가져온 후유증은 당장 부실한 수익률로 증명됩니다. 특히 국내주식 부문의 투자 성적표는 7월 기준 -6.11%로 참담한 수준입니다. 당장 8월 이후 이달 23일까지 코스피지수는 8.7%, 코스닥지수는 9%나 빠졌습니다. 이대로는 올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수익률 회복은커녕, 전체 수익률 잠식의 주범(?)이란 딱지 떼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다행히 기금운용본부는 그간 이어진 내부 발탁 관행을 깨고 사상 첫 주식운용실장 공모에 나섰습니다. 여의도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능력 있는 자원들이 대거 지원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CIO는 어수선한 조직을 정비하고 자산별 수익률 회복 방안과 포트폴리오 조정 등 산적한 과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외부의 입김과 정치적 논리에 휘둘렸던 기금운용이 하루 빨리 정상화되어 국민 노후를 책임지는 공적기금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