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글로벌 기업들 활용 ‘대만 국가명 지우기’
김지수 기자|2018/11/2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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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아시안리뷰의 20일 보도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지난 5월 ‘대만의 국제적 존재에 대한 중국의 방해’라는 제목으로 양안 갈등 사례에 대해 세부적인 목록을 작성해 발표했다. 이 목록에 나타난 중국의 여러 가지 방해 가운데는 메리어트·메르세데스 벤츠 등 글로벌 기업 홈페이지 상의 대만 명칭을 ‘대만, 중국(Taiwan, China)’으로 표기하도록 압박하는 것도 있었다. 무지(무인양품)·자라·코스트코 등 여러 글로벌 브랜드 역시 대만 명칭과 관련해 중국 당국의 ‘지도’를 받았다.
유사한 사례로 중국 항공당국은 지난 4월 수십 개의 글로벌 항공사들에게 7월 25일까지 항공사 홈페이지에 나타난 대만의 명칭 표기 방식을 변경하지 않을 경우 중대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아메리칸 항공·델타 항공·유나이티드 항공 등 주요 미국 항공사들은 홈페이지 표기를 ‘타이베이, 대만’에서 ‘타이베이’라는 도시명만 표기하도록 변경했다. 일본항공과 전일본공수(ANA)는 모든 동아시아의 목적지를 도시 이름만 표기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에어인디아는 자사 홈페이지의 대만 표기를 ‘차이니즈 타이베이’로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다.
런던 킹스칼리지의 로렌 디키 연구원은 “더 많은 기업들이 대만을 ‘대만, 중국’으로 표기할수록 대만을 하나의 나라로 인식하는 기업들은 줄어들 것이고, 나중에 중국이 자국의 영토 주장을 정당화하고 대만 통일의 근거로 활용하기 용이해진다”며 “따라서 주요 기업들에 ‘하나의 중국’과 관련한 ‘거래 약관(terms and conditions)’을 받아들이도록 요구하는 것은 대만 통일을 기정사실로 만들기 위한 하나의 단계라는 것이 중국 정부의 관점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국가나 당의 통제보다는 주주들의 말을 더 잘 듣는다는 개방 시장경제의 약점을 활용해 중국의 막대한 소비 시장을 효과적으로 무기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만으로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조치가 몹시 제한돼 있다. 대만은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고 표기한 항공사들에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항의는 했지만, 항공사들이 중국의 요구대로 대만 표기를 변경한 7월 25일 이후에도 실제 시행된 조치는 없다.
중국의 인구는 14억명으로 대만의 2300만명보다 훨씬 많다. 중국과 대만 시장의 규모 차이를 감안하면 그 어떤 기업도 중국 대신 대만의 요구를 들어줄 것이라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대만의 고민이 깊어지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