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개미만 봉?…개인 사고, 외인·기관 팔았다

장진원 기자|2018/12/13 06:00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거래 재개에 환호성을 지른 건 결국 개미들뿐이었을까. 11일 한국거래소의 상장 유지 결정으로 거래가 재개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전거래일(11월 14일) 대비 17.8% 급등한 39만4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하지만 투자자별 선택은 극명하게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투자자가 순매수 행렬로 주가 상승을 견인한 데 반해,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는 매도세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인 11일 삼성바이오의 일거래대금은 5530억원에 달했다. 지난 5월 4일 기록한 5573억원 이후 최대치다. 상장 유지와 거래 재개를 바라던 투자자들의 갈증이 해소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체 거래금액의 사이즈는 커진 데 비해, 투자자별 거래 성향은 확연히 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바이오의 11일 하루 순매수·매도 현황을 보면 개인이 913억원어치 순매수에 나섰다. 반면 또 다른 수급 주체인 외국인은 827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기관도 48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결국 이날 하루 주가 반등의 모멘텀은 8만여명에 달하는 개미들이 제공한 셈이다.
기관투자자들도 투자 주체별로 매수·매도가 엇갈렸다. 거래 재개 첫날인 11일 하루 동안 금융투자(증권)는 91억원, 투신(자산운용사)은 116억원, 은행도 5억원가량 삼성바이오 주식을 순매수했다. 반면 연기금은 이날 4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사모펀드의 경우 189억원에 이르는 순매도에 나서 개미들과는 대조적인 투자 흐름을 보였다.

삼성바이오의 상장 유지 결정은 해당 주식을 들고 있는 투자자들 입장에선 불확실성을 해소한 단비 같은 소식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투자정보에 어두운 개인만 거래 재개 첫날 대거 매수에 나섰다는 사실은 향후 또 다른 악재가 대두될 시 투자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는 금융투자업계의 설명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삼성바이오의 내부 문건을 공개해 파장을 일으켰던 11월 7일 이후 투자 흐름을 봐도 삼성바이오에 대한 개미들의 애정 공세가 두르러진다. 11월 7일부터 거래 재개 첫날인 11일까지 누적순매수 현황을 보면 개인이 2329억원 순매수에 나선 데 비해, 외국인은 831억원, 1414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특히 해당 기간 동안 금융투자를 제외한 투신, 은행, 연기금, 사모펀드 등 모든 기관투자자들이 삼성바이오 주식을 판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삼성바이오는 상장 유지와는 별개로 금융위원회로부터 대표이사 해임 권고, 과징금 80억원을 부과받은 상태다. 더욱이 분식회계로 인한 혐의 금액만 4조5000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14일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 결과 브리핑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재무제표가 수정되면 지배회사인 삼성물산의 재무제표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며 삼성물산의 감리 필요성까지 언급한 상황이다. 금융위 결정에 반발해 삼성바이오의 행정소송이 진행중인 점도 향후 투자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과의 마찰이 영업 및 수주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 및 최근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경쟁도 심화됐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추정치보다 28% 낮춰 44만원을 제시했다. 진 연구원은 삼성바이오의 송도 3공장의 가동률이 100%에 도달하는 시기를 2024년에서 2025년으로 늦춰 잡고, 핵심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도 11조7000억원에서 7조5000억원으로 하향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