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연초부터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둘러싸고 치열한 내부 논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에서는 당초 예상대로 6.5% 달성이 무난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면서 1.67%의 끔찍한 수치를 제시, 누구 말이 진실인지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어느 쪽도 자신의 주장을 양보하지 않는 분위기를 보면 현격한 수치의 갭은 좁혀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ning | 0 |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6.5%로 전망된다고 밝힌 닝지저 국가통계국 국장./제공=CCTV 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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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지르바오(經濟日報)를 비롯한 관영 언론의 9일 보도를 종합하면 정부의 주장은 국가통계국이 앞장서 설파하고 있다. 특히 닝지저(寧吉喆) 국장은 국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과의 7일 인터뷰에서 “지난해 국내외 환경이 복잡했지만 경제 운영은 전체적으로 평온했다. 안정세도 유지했다”면서 “6.5%의 경제성장률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통계를 전담하는 부처의 총책임자인 국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볼 때 경제성장률에는 앞으로 이견이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못박았다고 할 수 있다.
| xiang | 0 |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왜곡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는 샹쑹쭤 런민대학 교수. 당국과의 논쟁 불씨를 제공하고 있다./제공=징지르바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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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의 발표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쪽에서는 펄쩍 뛰고 있다. 특히 경제학자로는 드물게 추종 세력을 두고 있는 런민(人民)대학의 샹쑹쩌(向松祚) 교수가 그렇다. 강연이나 자신의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를 통해 경제성장률이 5% 전후는 고사하고 2%에도 못 미치는 1.67%에 그쳤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면서 논쟁을 가열시키고 있다. 부동산 거품을 비롯한 과잉 생산, 오래 전부터 만연한 지방정부의 경제성장률 부풀리기를 감안하면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주장의 배경이다. 이 문제들이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고질적 병폐라는 사실을 감안할 경우 말이 안 되는 주장이라고 하기 어렵다. 여기에 중국의 양식있는 학자들이나 해외 싱크탱크들이 중국의 통계를 불신하는 현실까지 더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2%대 이하의 경제성장률 주장은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잘못하면 정부에 대한 막연한 불신은 물론 경제 전반에 공포 심리를 유발시켜 사회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샹 교수의 글을 삭제하는 등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닌가 보인다.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mhhong1@as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