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국들에 단교 당한 카타르 ‘생존작전’…남아시아 최대 국제공항 건설로 아시아에 밀착

네팔 제2국제공항 수주제안서 제출
공항 운영·자금조달 방식 등 조율
네팔정부가 원하는 조건 다 맞춰줘

최서윤 기자|2019/01/16 16:18
작은 반도 국가 카타르가 네팔 제2국제공항 건설 수주를 따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역내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일부 걸프 국가들의 일방적인 단교 조치 이후 아시아에서 활로를 모색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단교 사태에 빠진지 1년 7개월에 접어든 카타르가 아시아에서 생존 전략을 짜고 있다. 남아시아 최대 규모가 될 네팔 제2국제공항 건설공사 수주를 위해 최대한 몸을 낮춰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 기존 사업전략 변경을 마다하지 않으며 네팔 정부가 원하는 방식으로 구색을 맞추고 있다. 고립된 카타르가 동남아시아와 중국에서 존재감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네팔 일간지 카트만두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익명의 현지 문화부 고위 관리를 인용, “카타르가 네팔 제2국제공항인 니가드 국제공항 건설 제안서를 제출했다”며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오는 4~5월 카드가 프라사드 샤르마 올리 네팔 총리가 카타르를 방문해 계약을 체결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카타르는 네팔 정부가 원하는 조건을 맞추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왔다. 카타르와 네팔 관계자는 정부 간 자금조달·건설·운영 방식에 대해 세 번 이상 만나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디아 데비 반다리 네팔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카타르를 방문했을 때도 니가드 국제공항 건설이 양국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였다.

카타르 항공은 네팔 국영항공(NAC)과 전략적 파트너가 되겠다고 표명했다. 네팔 정부가 NAC를 공항 프로젝트의 사업 모델로 삼겠다고 발표한데 따른 것이다. 자금 조달 방식도 네팔 정부 입맛에 맞췄다. 카타르는 당초 ‘시공자 금융주선’(EPCF·엔지니어링-조달-건설-금융)을 제안했다. EPCF는 시공사(카타르)가 발주처에 자금을 댄 후 이자를 되돌려 받는 자금조달 방식. 하지만 네팔 정부가 BOOT(건설-소유-운영-이전) 방식으로 공항을 건설하기로 결정하자 카타르는 이 모델로 공항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BOOT 방식은 자금과 건설을 시공자가 맡게 되며, 계약 기간 동안 운영한 후 매각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말레이시아 정부는 DFBOT(설계-금융-건설-운영-이전)을 제안했고, 영국 컨설팅업체 WGP 글로벌은 “공공·민간 협력이나 BOOT 등 여러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팔 고위 당국자는 “BOOT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거의 합의에 도달했다”며 “정치적 수준에서 자금조달 방식을 결정한 후 기술적 연구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타르는 테러조직을 지원하고 이란과 우호적이라는 이유로 2017년 6월 5일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걸프 국가들로부터 단교를 당했다. 사우디와 국경을 맞댄 채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카타르에 육상·해상·항공 통행과 교역 중단은 치명적이었다. 물품조달 통로가 막혔고, 식량부족 위기가 불거졌다. 카트만두포스트는 카타르가 국제공항 건설 참여에 적극적인 이유에 대해 걸프 국가들의 봉쇄 조치 이후 구석으로 내몰린 카타르가 아시아에서 살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니가드 국제공항은 네팔의 야심찬 국가개발 프로젝트 중 하나. 1995년 처음으로 발표됐지만 환경·주민보상 등과 관련한 자금조달 및 법적 문제로 여러 차례 연기됐다. 총 사업 비용은 12억1000만 달러(약 1조원)다. 공항 면적은 여의도(2.9㎢)의 26배인 80㎢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