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그룹 내 구조조정 다시 고개 드나

업황 침체기에다 그룹의 지원 여력도 불투명

김수현 기자|2019/02/07 06:00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급물살을 타면서 삼성중공업에 대한 삼성그룹의 구조조정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합쳐지면 국내 조선업은 1강 1중으로 재편, 장기적으로는 삼성중공업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 여부와 함께 향후 경쟁력 강화를 위한 매각·계열사 합병 등 그룹 내 사업 재편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31일 보유 중인 대우조선해양 주식 전량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는 방식의 내용 등이 담긴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같은 날 산은은 삼성중공업에도 투자제안서를 전달하면서 삼성중공업은 대우조선 인수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전 참여 여부를 고민할 시간은 이달 말까지다. 입찰 제안서 접수 기간은 이달 28일까지로 산업은행은 다음달 4일 최종 낙찰자를 통보할 예정이다. 대우조선 매각이 완료되면 국내 조선업은 기존 빅3에서 빅2로 전환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에서 향후 삼성중공업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떤 움직임을 취할지가 관심사다.

세계 1, 2위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합병하게 되면 압도적인 규모의 글로벌 대형 조선사가 탄생하게 된다.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수주잔량은 현대중공업이 1만1145CGT(표준화물환산톤수)로 1위다. 2위인 대우조선해양(5844CGT)와 합쳐지게 되면 3위인 일본 이마바리(5253CGT)의 3배, 5위인 삼성중공업(4723CGT)과는 4배 가까이 차이가 나게 된다.

이런 상황은 그룹내 비주력 사업으로 분류되는 삼성중공업에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글로벌 조선업 불황으로 2015년 적자전환을 시작으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삼성중공업으로서는 2014~2016년 삼성테크윈 등 방산 및 화학 계열사를 한화에 매각하는 그룹 사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이 추진되지 못한게 아쉬운 상황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이 주주 반대로 무산되고 2017년 그룹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그룹 지원이 줄어들었다”며 “이는 그룹내 삼성중공업 입지를 더욱 낮아지게 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조선산업이 사실상 1강(현대중공업그룹), 1중(삼성중공업)으로 재편되면 빅3 때보다 출혈 경쟁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는 반면, 현대중공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삼성중공업의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규모의 경제효과와 시장 지배력 강화, 수주 경쟁력 배가 등 호재가 예상된다”며 “경쟁사인 삼성중공업이 상대적으로 원가 경쟁력이 약화되고 대부분 선종에서 점유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