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첫 만찬, 정상회담 낙관, 친밀감·케미 과시

김정은 위원장 "훌륭한 결과 확신" 트럼프 대통령 "매우 성공적일 것"
김정은 "트럼프, 통 큰 정치적 결단", 트럼프 "김정은, 위대한 지도자"
취재진 상대 농담 주고받아, 만찬 메뉴 북한식·양식 4단계 코스요리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2019/02/28 03:0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가진 단독 회담과 ‘3+3’ 만찬에 앞서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하노이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7일 첫 만찬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장면이었다.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 260일(김 위원장 언급) 만에 만난 두 정상은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의 성공을 다짐했고, 만찬 분위기는 부드러웠다.

특히 김 위원장은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일대일 단독 정상회담과 ‘3+3’ 친교 만찬에서 미국 백악관 공동(풀·Pool) 기자단의 취재 열기에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작은 원형 식탁에 마주 보지 않고 나란히 앉아 친밀감을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 왼쪽으로는 이연향 통역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김 위원장 오른쪽으로 신혜영 통역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리용호 외무상이 둘러앉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 등의 대북협상에서 통역을 맡아온 이 통역관과 트럼프 대통령 간 간격이 북·미 정상회담에 처음 등장한 북한 측 신 통역관과 김 위원장의 거리보다 가까운 것이 눈에 띄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가진 만찬에 앞서 환담을 하고 있다./사진=하노이 AP=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김정은 위원장, 2차 북·미 정상회담 낙관

김 위원장은 단독회담에서 이번 정상회담과 관련, “모든 사람이 반기는 훌륭한 결과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1차 정상회담과 동등하거나 아니면 더 대단할 것”이라며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서로를 예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상용구처럼 된 ‘케미(궁합)’를 보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또다시 이런 훌륭한 회담, 훌륭한 상봉이 마련되게 된 것은 각하의 그 남다른 그 통 큰 정치적 결단이 안아온(가져온) 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웠고, 트럼프 대통령도 “당신은 위대한 지도자”라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에서는 ‘나의 친구’라며 김 위원장에 대한 친밀감을 과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가진 만찬에 앞서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하노이 UPI=연합뉴스
◇ 만찬장 풍경

만찬장에서 두 정상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현장의 취재진을 상대로 농담을 주고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게 “모두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까?”하고 질문한 뒤 덕 밀스 뉴욕타임스(NYT) 사진기자를 가리키며 김 위원장에게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사진사 중 한 명이다. 우리가 잘 나오게 찍어 달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제 우리가 그전에 한 15분, 아 20분 만났는데, 30분 제한시간 동안에 오늘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고 한 뒤 이내 “껄껄껄”하고 웃었다. 그는 ‘흥미로운’이라고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웃으면서 “여러분이 그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면 돈을 냈을 거다. 좋은 대화였다”고 맞장구를 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게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이 이어질 28일이 아주 ‘바쁜 하루’가 될 것이라며 “어쩌면 아주 짧은 만찬이 될 수도 있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이 ‘멋진 상황’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며 상황이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만찬 공개 상황이 끝나자 취재진에게 “감사합니다”고 가볍게 목례했다.

◇ 만찬 메뉴, 북한식과 양식 조화

두 정상의 첫 만찬 메뉴는 북한식과 양식으로 된 4단계 코스 요리였다.

이날 전식 메뉴는 지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 등장했던 새우 칵테일이었다. 새우 칵테일에는 로메인과 아보카도 샐러드와 미국산 싸우전드아일랜드 드레싱·레몬·허브가 곁들여졌다.

주메뉴로는 마리네이드된 등심구이와 배속김치가 나왔다. 디저트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초콜릿 케이크와 수정과였다.

이날 만찬 테이블에 주류가 있었는지 불확실하나 만찬 시작 전 테이블에는 물잔만이 놓여있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술을 즐기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술을 입에 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미국 CNN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만찬 담당 요리사들이 고전하고 있다면서 북한과 미국 양쪽, 특히 백악관 관리들이 만찬 메뉴를 ‘매우 간소(super simple)’하게 계속 조정 중이라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