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뉴질랜드·네덜란드 총기난사로 보는 혐오의 악순환
이민영 기자|2019/03/21 18:07
|
지난 15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소재 이슬람사원(모스크) 2곳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 무려 50명이 숨지고 50명이 부상당했다. 용의자 중 한 명인 브렌턴 태런트(28)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범행 현장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범행 전에는 SNS에 반(反)무슬림, 반(反)유색인종적 주장이 담긴 선언문을 올려 범행 이유도 밝혔다. 자신들 땅이 침략자들(이민자들)의 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공격하기로 했다는 것.
이는 명백한 백인 인종차별주의자의 혐오 범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백인 사회에서는 끔찍함을 성토했을뿐 무슬림에 대한 혐오 범죄의 심각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심지어 프레이져 애닝 뉴질랜드 상원의원은 “누가 무슬림 이민과 테러 사이에 상관 관계가 있음을 부정할 수 있을까?”라며 총기 난사의 원인을 무슬림 이민으로 돌렸다.
두 사건은 모두 무고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명백한 테러 사건이다. 하지만 무슬림은 곧 범죄자, 테러리스트라는 고정 관념이 백인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음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도 되고 있다. 비단 백인 사회뿐만이 아니다. 알게 모르게 비(非)이슬람 지역에서도 이 같은 인식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