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리아민주군, 이슬람국가 IS 소멸 선언, 쿠르드족 자치 신쟁점

트럼프 대통령 "시리아·이라크서 IS 점령 지역 100% 해방"
시리아민주군 대변인 "칼리프국, 완전 무찔러"
쿠르드족, 자치권 요구...시리아, 백기투항 요구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2019/03/24 05:0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이 지원한 쿠르드 주도 ‘시리아민주군’(SDF)이 이슬람국가(IS)의 소멸을 선언했다. 사진은 SDF 전투원들이 22일 시리아 라카에서 전선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사진=라카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이 지원한 쿠르드 주도 ‘시리아민주군’(SDF)이 이슬람국가(IS)의 소멸을 선언했다.

무스타파 발리 SDF 대변인은 23일(시리아 다마스쿠스 시간) 트위트에 올린 글에서 “SDF가 칼리프국(칼리프가 다스리는 이슬람 신정일치 국가)을 완전히 제거하고 ISIS(IS의 옛 명칭)를 영토면에서 100% 무찔렀다”고 선언했다. 발리 대변인은 SDF가 IS의 마지막 소굴 바구즈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라크 정규군(ISF) 및 시리아민주군(SDF)을 포함해 IS를 격퇴하려는 국제 공조의 파트너들과 함께 미국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모든 IS 점령 지역을 해방시켰다는 것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IS가 2014년 6월 수립을 선포한 칼리프가 다스리는 지역의 100%가 해방됐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인) 2년 전만 해도 IS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광범위한 영토를 점령하고 있었으며 그 이후 우리는 2만 제곱마일 이상의 영토를 되찾고 IS 칼리프로부터 수백만 명의 시리아인과 이라크인을 해방시켰다”고 말했다.

한때 이라크와 시리아 영토의 30%를 지배하며 영국과 비슷한 규모의 점령지를 가졌던 IS는 2016년부터 패퇴를 거듭하며 시리아 동부 국경지역에서 최후 전투를 벌였다가 완전히 패퇴했다.

이로써 2014년 국가를 참칭하며 테러조직의 대명사로 군림했던 IS가 지도상에 소멸됐다. 점령지가 소멸함에 따라 국가를 참칭한 IS는 물리적으로 다른 국제 테러조직과 큰 차이가 없어졌다.

미국은 2014년 8월부터 이라크에서, 9월부터 시리아에서 IS에 대한 공습을 시작했다. 이라크에서는 정부군과 협력했지만 시리아에서는 아사드 정권과 연대하지 않고, 시리아 내 소수민족인 쿠르드족 세력을 지원했다.

미국과 SDF가 IS 소멸을 선언했지만 조지프 보텔 미군 중부사령관 등 미군 수뇌부는 현재로서 IS에 대한 완전한 승리 판단은 섣부르다고 경계했다.

한 때 8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IS 전투원 대부분은 사망 또는 도주했지만 IS 분파나 지지세력이 이집트·아프가니스탄·필리핀·서아프리카 지역 등에 세력을 유지하고 있어 테러 활동을 전개할 가능성이 높다.

극단주의 전문가들도 이라크와 시리아에 ‘수만명’ 추종자를 거느린 IS가 무장활동과 게릴라 전술, 온라인 선전활동으로 재기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 대테러 공조를 통해 IS가 어디서 활동하든 완전히 격퇴시킬 때까지 경계태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미국은 언제 어디서나 미국인의 이해를 방어한다. 파트너 및 동맹국과 급진적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완전한 진압을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DF 측은 IS 소멸 후 시리아 정부 측에 협상을 요구했다.

마즐룸 코바니 총사령관은 이날 IS를 몰아낸 것을 기념한 행사에서 “우리는 다마스쿠스 정부가 대화를 선택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시리아의 쿠르드 지도부는 시리아 정부 측에 터키로부터의 보호와 함께 자치권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시리아 정부는 조건 없는 ‘백기투항’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알리 아윱 시리아 국방장관은 18일 쿠르드에게 주어진 선택사항은 정부가 원하는 대로 조정(화해) 합의를 하거나 무력에 굴복하는 것 두 가지뿐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시리아 국경지역에 ‘20마일(약 32㎞) 안전지대’를 설치하고, 미군과 유럽 동맹국으로 구성된 다국적 감시군을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동맹국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완전 철군 방침에서 선회해 시리아 북동부에 200명가량을 남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