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LP음악으로 소통하는 영화인 ‘방레코드’ 방우현 대표
방정훈 기자|2019/05/2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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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위치한 방레코드 대표에서 만난 방우현씨(37)는 LP를 찾는 손님이 있고, 아날로그 자체가 사라지지 않은 음악을 좋아하는 손님이면 언제든 맞이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LP에 대한 방 대표의 자부심과 고집은 대단했다. 그는 레코드 가게를 열기도 전에 좋은 LP 음악을 듣겠다는 일념 하나로 천안에서 서울까지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며 빈티지 턴테이블과 엠프, 스피커 등을 구입·수리했다고 한다. 환경에 예민한 빈티지 엠프와 스피커가 늘어난 지금도 변함없이 오디오 기기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방 대표의 모습을 보면 레코드 음악에 대한 그의 애정을 깊이 느끼게 된다.
그는 “학창시절에는 팝송 위주로 듣다가 군 입대 전부터 하드록, 프로그레시브 록 등을 접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제대 후 일본에서 영화를 공부하던 때 와타나베를 만나 서로 음악 이야기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LP를 구입, 줄기차게 들었다”고 설명했다.
방 대표는 레코드점 주인이기도 하지만, 현재 일본에서 촬영감독으로도 꾸준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력도 꽤 화려하다. 와타나베씨가 연출하고 그가 촬영을 맡은 ‘선창가([桟橋)’ ‘그리고 진흙배는 간다(そして泥船はゆく)’ ‘7일(七日)’ ‘풀사이드맨(プ-ルサイドマン)’ ‘지구는 축제 소동(地球はお祭り騒ぎ)’ 등은 ‘도쿄국제영화제’ 스플래쉬 부문에 노미네이트(후보 등재) 됐고, 이 가운데 ‘풀사이드맨’은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화 제작을 잠깐 쉬던 2014년 6월, 서울레코드페어에 셀러로 참가해 지금껏 모았던 LP를 처음 사람들에게 선보였다는 방 대표는 “당시 레코드판을 고르던 손님들이 마치 보물을 발견한 듯한 표정을 짓는 걸 보고 굉장한 기쁨을 느꼈다”며 “실제 생각했던 것보다 반응도 좋아 같은 해 7월부터 온라인샵을 개설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연 건 2016년부터다. 그 해부터 이듬해까지 천안에서 조그마한 매장을 운영했던 그는 아날로그의 인기가 점차 급부상하자 문화의 메카 홍대 주변에 가게를 열기로 마음 먹고, 2018년 3월 지금의 자리에 새롭게 자리 잡았다.
비틀즈, 밥 딜런, 더후, 데이비드 마일즈, 소니 롤링스, 존 콜트레인 등을 즐겨 듣는 그의 가게엔 60년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의 록, 재즈, 블루스, 클래식 등의 레코드판 3000여장과 CD 2000여장이 진열돼 있다. 물론 대부분 60~80년대 음반들이다. 여기에 카세트 테이프는 물론 지금은 절판돼 구하기 힘든 다양한 예술 서적까지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탐색하게 된다.
특히 손님이 원하면 LP를 직접 들어볼 수 있다는 점은 방레코드의 큰 장점이다. 손님의 입장에선 자신이 원하는 레코드판의 소리를 구입 전 미리 듣고 싶어하기 마련이다. 방 대표는 여유가 될 때 가게를 찾은 손님에게 커피를 내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기자도 처음 이곳을 들렸을 땐 좋아하는 음반을 찾는 것에만 몰입하다 그가 내어준 커피 한 모금을 마신 후 매장 내 음악과 따뜻한 분위기를 느끼는 여유가 생겼던 추억이 있다.
방 대표에게 이곳은 가게라기보다 안식처로서의 개념이 더 큰 것 같다. 그는 “손님들이 오시면 커피 한잔을 대접하고 여러 이야기를 나눈다. 가게마다 특색이 있겠지만, 여기 오시는 손님들은 거의 다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음반을 사고 팔기보다는 같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정보를 공유하거나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 공간으로 유지됐으면 한다”며 바람을 드러냈다.
그러나 방 대표는 “이 업종에 있는 사람들이 잘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소비층들도 다양한 음악을 들었으면 한다. 현재 주 소비층인 40~50대분들이 20년 후에도 똑같은 열정으로 음악을 듣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20~30대 젊은 층들이 이러한 문화를 받아들여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한때 유행으로 끝나는 것이 가장 경계된다”며 우려와 아쉬움도 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