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때문에 뜬 ‘대만 트럼프’ 궈타이밍, 시진핑 탓에 휘청
대만 총통 선거 국민당 후보 궈타이밍 위기 직면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2019/07/0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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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정계 정보에 밝은 베이징 외교 소식통의 4일 전언에 따르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애플의 하청업체로 잘 알려진 폭스콘(중국명 푸스캉富士康)의 모회사 훙하이(鴻海)정밀의 회장이었던 그는 ‘대만판 트럼프’라는 별명이 손색이 없었다. 젊은 시절 완전히 맨손에서 출발, 훙하이정밀을 일궈낸 후 당선이 유력한 총통 후보로까지 급부상했기 때문. 더구나 그는 실제로 트럼프 미 대통령과도 굉장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알게 모르게 지원도 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총통 자리를 거의 거머쥔 상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심지어 ‘당선은 다 된 밥’이라는 말까지 유행할 정도였다. 실제로 대만판 트럼프의 탄생이 유력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처지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달라졌다. 불과 1개월 전의 여론조사만 하더라도 궈 후보가 국민당 후보로 나설 경우 현 총통인 민주진보당(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63) 후보와 무소속의 커원저(柯文哲·60) 타이베이(臺北) 시장을 여유 있게 뿌리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제는 차이잉원 후보에게 10%포인트 이상 뒤쳐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의 반중 정서가 가라앉지 않을 경우 당장 오는 8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되는 여론조사를 통해 15일 결정되는 국민당의 총통 후보 자리를 차지하는 것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 반면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한궈위(韓國瑜·62) 가오슝(高雄) 시장은 여론의 현재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 평소의 친중 언행을 자제하면서 지지율을 급격히 만회하고 있다.
문제는 그에게 반전의 기회가 별로 없다는 점. 워낙 친중 이미지가 굳어진 탓에 지금 와서 언행을 바꾸기도 쉽지 않다. 여기에 여전히 치열한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미국의 친(親)대만 정책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그에게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다만 대만판 트럼프라는 별명에 걸맞게 저돌적 성향인 궈 후보가 이대로 주저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든 활로를 모색해 우선 국민당 후보로 선출되기 위해 마지막 필사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 분명하다. 또한 국민당 경선 경쟁자인 한 시장에게는 이미 지지율에서 10%포인트 이상 앞서 있어,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궈 후보의 승리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이 경우 그는 총통 선거 전략을 획기적으로 재편, 다시금 손에 거의 다 쥐었던 고기잡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베이징대학 정치학과 진징이(金景一)교수는 “그는 처음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 그에게 유리했던 국면은 이제 과거의 일이 됐다. 지금부터 그의 정치인으로서의 진정한 능력이 발휘돼야 한다”면서 그가 직면한 상황이 녹록치 않다고 전망했다. 그가 진짜 대만판 트럼프가 될 수 있을지는 지금부터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