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고정관념 탈피해 비정유 사업 늘려
에너지전환 가속화되면 단순 정제업으론 살길 '막막'
석유화학·배터리 등 고부가 제품 생산에 공격 투자
김윤주 기자|2019/07/11 06:00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SK이노베이션 영업이익에서 비정유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67%로 3년 전인 2016년(50%)보다 커졌다.
SK이노베이션의 이 같은 비정유 부문 영업이익 비중 증가 배경에는 비정유 부문 사업 확대 노력이 숨어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소재·화학 등 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이들 사업의 자산 비중을 현재 30%에서 2025년까지 60%로 2배로 키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은 고부가 화학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투자나 인수합병(M&A)이 가능한 글로벌 시장 매물을 살펴보고 있다.
에쓰오일은 앞서 약 4조8000억원을 투자한 석유화학 신규설비 잔사유 고도화(RUC)·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ODC)를 통해 석유화학 제품 생산 비중을 기존 8%에서 13%로 끌어올렸다. 이어 2024년까지 7조원을 추가 투자하는 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이 비중은 20%까지 늘어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본다.
현대오일뱅크는 자회사인 현대케미칼과 현대코스모를 통해 아로마틱 석유화학 공장 증설에 총 2600억원을 투자한다. 증설로 인한 연간 영업이익 개선효과는 860억원으로, 이에 따라 현재 25%인 석유화학 부문 영업이익 비중은 2022년 50%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정유사들이 비정유 사업을 늘리는 것은 유가 등락의 직격탄을 맞는 정유사업의 불안정성에 대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려는 목적이다. 정유사업이 영업이익률이 낮아 단순 정제사업만으로는 먹고살기 힘들어진 것도 배경이다. 향후 친환경차 도입 등으로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하면 연료유 수요마저 줄어들어 사업 경쟁력도 떨어질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초 셰일가스 혁명으로 원유 공급이 늘어나 단순 정제를 통한 정유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면서 “이에 정유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체질개선을 이루고 있으며, 석유화학·배터리 등 비정유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혀나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