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방 어땠어?] ‘이몽’ 배우들의 진정성 담긴 열연…의미 있는 첩보시대극

이다혜 기자|2019/07/14 09:36
'이몽'

‘이몽’(극본 조규원, 연출 윤상호, 제작 이몽 스튜디오 문화전문회사 대표 고대화)이 지난 13일 40화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지난 MBC ‘이몽’ 최종화에서는 이영진(이요원)·김원봉(유지태)의 치열하고 격렬한 마지막 독립운동이 펼쳐져 심장을 뜨거워지게 했다. 미키(남규리 분)는 미래청년친목회를 개최해 총독부 주요 관리들과 젊은 일본인 장교들을 한데 모았고, 한일합방 성명서에 찬성을 한 마지막 생존자 민영준 자작의 건배사 도중 일발의 총알이 와인잔을 관통하며 이내 선혈이 낭자하는 전투가 펼쳐져 긴장감을 폭발시켰다. 


특히 이때 이영진과 마쓰우라(허성태)는 질긴 악연을 끝내려는 듯 서로를 향해 총을 난사하는 모습으로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이후 이영진·김원봉과 마쓰우라는 중태에 빠졌으나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한편, 후쿠다(임주환)는 이영진의 목숨을 살린 뒤 임시정부의 밀정이 된 모습으로 관심을 높였다.

이에 최종화 말미에서는 총독부의 연회에서 또 한번의 독립운동을 펼치는 이영진·김원봉·후쿠다의 모습이 그려져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멀리서 저격총을 겨누고 있던 이영진이 “대한독립만세”라며 마쓰우라를 향해 총을 발사하는 엔딩이 그려져 시청자들의 뇌리와 가슴에 강렬한 전율을 선사했다.


이처럼 ‘이몽’은 이영진·김원봉을 필두로 매회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다수의 독립운동가들의 뜨겁고 치열했던 삶과 역사를 재조명하며 안방극장에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 바. 이에 ‘이몽’이 남긴 발자취를 정리해봤다.


1. 한 번도 조명하지 않았던 독립운동史 되돌아보게 만든 ‘용감한 첫 발’

그야말로 용감한 첫 발이다. ‘이몽’은 그 동안 한번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독립운동가들과 독립운동 역사를 재조명하는 스토리로 시청자들로 하여금 역사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했다. 이에 ‘이몽’에는 조선 최초의 여의사 박에스더를 모티브로 탄생한 에스더(윤지혜)를 시작으로 유태준(김태우)으로 등장한 이태준 열사, 김원봉, 김남옥(조복래)으로 등장한 김상옥, 지청천, 신채호, 지복영, 김구, 이동휘, 오광심(옥자연), 이상룡, 이준형(손병호), 윤세주(이규호), 이봉창 의사, 윤봉길 의사(이강민) 등 실존했던 다수의 독립운동가들이 등장하고 언급되어지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이몽’은 독립운동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실제 사건들을 담아내 묵직한 전율을 선사했다. 의열 단장 김원봉으로 하여금 조선총독부 폭파 사건을 그려내는가 하면, 이봉창 의사·윤봉길 의사·김상옥 의사의 투탄 의거 등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에 있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실제 독립운동들을 극 속에 담아내며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여기에 독립운동가들의 유언을 비롯해 죽음 앞에서도 굽히지 않았던 독립열망까지 담아내며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밀려오는 먹먹한 감동을 선사했다. 더욱이 ‘이몽’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일제강점기 격렬하게 투쟁했던 독립운동가들뿐만 아니라, 목숨부터 가문까지 모든 걸 바치며 각자의 위치에서 독립운동에 동참했던 평범한 백성들의 절절한 마음까지 담아내며 보는 이들의 심장에 불꽃이 일렁이게 만들었다. 이처럼 ‘이몽’은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뛰어넘는 한 민족의 잊어서는 안 되는 독립운동의 민족 역사를 그려내며 짙은 감동을 전파했다.


2. 주연부터 조연까지 혼신의 힘 다한 배우들의 ‘진정성 담긴 열연’

이요원·유지태·임주환·남규리·이해영·허성태·조복래·김주영·박하나·백승환 등 ‘이몽’의 모든 배우들은 매 장면 마다 진정성 담긴 열연을 펼쳐 극을 더욱 풍성하게 채웠다. 이요원은 일본군의 양녀로 자신의 정체를 철저하게 숨겨온 임시정부의 밀정을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과 눈빛으로 섬세하게 묘사해내 호평을 이끌었다. 


유지태는 무장투쟁의 최선봉에 선 의열단장으로서 눈빛과 말투, 행동에서 독립을 향해 불타오르는 강건한 의지를 드러내며 시선을 압도했다. 임주환은 젠틀한 일본인 검사부터 믿었던 여자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흑화한 남자까지 입체적인 캐릭터를 깊이 있는 연기로 그려내는가 하면, 애교 많은 구락부 여가수 역을 맡은 남규리는 학대해온 양부의 죽음 앞에 돌변하는 반전 연기까지 완벽히 소화하며 시청자들을 소름 돋게 만들었다.


이에 더해 이해영(히로시 역)은 일본 군국주의에 앞장서는 지배자로서 서늘함을 선사한 데 이어, 사랑으로 키운 딸의 선택에 넋 나간 듯한 광기 섞인 오열 연기로 숨멎을 유발했다. 허성태는 조선인으로서 독립운동가들을 악랄하게 핍박했던 노덕술에 빙의된 역대급 악역 연기로, 능청스럽게 웃음을 자아내던 조복래는 김상옥 의사에 녹아 들어 뜨거운 눈물과 함께 자결을 택한 독립운동가의 모습으로 관심을 높였다. 뿐만 아니라 김서라(유마담 역), 전진기(오다 역), 김법래(두월성 역), 박하나(차정임 역), 설정환(마루 역), 김주영(김승진 역), 이영숙(김현옥 역), 안신우(켄타 역), 백승환(마자르 역) 등 주연에서 조연까지 독립운동만큼이나 혼신의 힘을 다한 배우들의 열연은 경중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뜨거웠다.


3. 독립운동을 뜨겁게 담아낸 ‘스펙터클 연출+쫀쫀한 극본’의 완벽한 합

‘이몽’은 스펙터클한 연출과 쫀쫀한 극본의 완벽한 합으로, 한번도 조명하지 못했던 독립운동을 구현해내며 의미 있는 첩보시대극의 탄생을 알렸다. 먼저 ‘이몽’의 바탕에는 탄탄한 구성을 지닌 작품으로 대중을 사로잡아 온 조규원 작가의 검증된 필력이 존재했다. 지금껏 드라마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독립운동을 전면에 내세워 다수의 독립운동가들을 등장시키고,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사건들을 담아낸 휘몰아치는 전개로 시선을 단단히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독립운동가들의 어록은 물론, 각 캐릭터들의 대사와 행동에 그 시대를 살았던 백성들의 격렬한 투쟁 의지를 담아내며 시대극의 새 지평을 열었다.


여기에 웅장한 시대극을 감각적으로 구현해 온 윤상호 감독의 연출력이 더해졌다. 윤상호 감독은 스펙터클한 장면으로 시작해서 묵직한 감동으로 마무리 되는 탁월한 완급조절로 ‘이몽’의 몰입도를 극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빠른 화면전환과 역동적인 카메라워크로 독립운동가들의 투쟁현장을 담아내며 긴장감을 끌어올리는가 하면,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음향조차 배제한 채 묵직하게 담아내며 울림을 더하는 등 장면의 분위기를 치솟게 만드는 그의 연출이 보는 이들의 심장을 쥐락펴락했다. 무엇보다 ‘눈물 젖은 두만강’을 부르며 웃음 뒤에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감추는 의열단의 모습, 가혹한 고문 속에 독립운동가들이 부르는 처절한 애국가가 울려 펴진 장면 등은 먹먹한 전율을 선사했다. 더욱이 경성·상하이·만주 등 국경을 넘나드는 배경과, 다채로운 빛을 활용한 연출은 극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이몽’은 다수의 독립운동가들을 본격적으로 다룬 첫 드라마로 용감한 첫 발을 내딛으며 의미 있는 첩보시대극으로 자리매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