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제보복 계기, 부쩍 친해진 정부·재계 ‘기대반 우려반’
최원영 기자|2019/08/12 06:00
11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는 한 달 새 3번 대기업들과의 공식 회동을 가졌고 광복절을 전후해 대통령이 대기업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한 대승적 차원의 간담회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가 현실화 된 지난달 4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3일 만인 7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함께 나서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과 수출규제 해법을 논하는 회담을 가졌다. 다시 3일 후 이번엔 문재인 대통령이 30대 기업을 청와대로 초청해 같은 주제로 2시간 넘게 간담회를 진행했다.
여당의 싱크탱크라 할 수 있는 양정철 민주연구원 원장도 지난달 23일 LG를 시작으로, 현대차, 삼성, SK의 경영경제연구소를 약 2주간 잇따라 방문해 기업들의 정책 제안을 취합하기도 했다.
재계에선 이같은 행보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일단 각종 경제민주화 정책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환경과 안전에 대한 비판으로 팍팍해지고 있던 화학회사들의 신규 설립과 운영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화평법·화관법 등 각종 환경규제를 비롯해 주52시간 근무에 예외조항과 특례제도를 약속 받았다. 그동안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수십 차례 정부와 국회를 찾아 호소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던 규제 족쇄가 하나씩 풀리거나 느슨해 지고 있는 셈이다.
재계는 속도를 내고 있는 상법이나 공정거래법개정안의 완화를 가장 바라고 있다. 대기업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많이 달라지고 있어 중장기적 흐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확실한 지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조만간 있을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언급 유무에 따라 ‘형식적 간담회’에 그치느냐 아니냐에 대한 잣대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부담도 있다. 결국 정부가 내세울 수 있는 카드는 우리 경제를 주도하는 대기업에 있기 때문에 국가외교정책에 동조하고 맞춰가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국가 간 갈등은 수출 중심 우리 기업들의 가장 큰 리스크다. 일본과의 갈등에 따라 양국 간 비즈니스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정부에 자주 불려가면서 발생하는 피로도는 덤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재계와 소통을 더 늘릴 계획이다. 6대 업종별 대중소 기업이 참여하는 ‘대중소기업상생협의체’를 만들어 계속 소통하고, 필요한 바를 경제부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장관급 협의체 ‘경쟁력 위원회’에 건의하는 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협의체가 대기업의 애로를 정부에 호소해 해결하는 창구가 될지, 정부의 소재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대기업 압박 창구가 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