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하우시스·현대L&C 로이유리 선택률 60%…KCC 삼중코팅 유리까지

1기 신도시 아파트 리모델링시 선호
창호 선택시 로이유리-일반유리, 6대4 비중

박지은 기자|2019/09/04 04:00
현대L&C의 ‘레하우90 TT’ 시공 모습/사진=현대L&C
# 리모델링을 계획 중인 50대 고윤정 씨는 예산 3500만원 가운데 1500만원가량을 새시 교체용으로 잡아뒀다. 고씨의 집은 22년 된 부천 중동의 한 아파트로 새시 교체는 처음이다. 고씨는 “상담을 받고 외창을 로이유리로 결정했다. 이 집에 계속 살 생각이라 조금 비싸도 투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3번째 이사를 앞둔 30대 직장인 임정욱 씨는 집을 고를 때 창호 상태를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집을 옮길때마다 창호의 상태가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임씨는 “20년 된 낡은 빌라에 살 땐 알루미늄 창틀 사이로 찬 바람이 새어 들어왔고 보일러실에 곰팡이가 슬었지만 신축 오피스텔은 단열이 좋은 만큼 난방비 부담이 적었다”며 “처음엔 잘 몰라도 살다 보면 좋은 창호만큼 중요한 것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창호 교체시 일반 유리보다 고단열 로이(Low-E) 유리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유리는 표면에 금속 물질을 코팅해 열 이동을 최소화한 제품을 의미한다. 일반 유리보다 가격 부담이 크지만 단열 성능, 태양열 차폐 성능이 뛰어나 인기를 얻고 있다. 고단열 창호 구매시 지원금을 주는 ‘그린 리모델링 사업’ 효과로도 풀이된다.

◇LG하우시스·현대L&C 일반 소비자 대상 창호 판매시 로이유리 선택률 60% 이상
3일 창호업계에 따르면, LG하우시스와 현대L&C가 최근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한 창호의 60%는 로이유리를 채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소비자들이 창호를 구매하는 상황은 낡은 집을 리모델링할 때가 대부분으로, 단열 성능이 뛰어난 로이유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LG하우시스 관계자는 “로이유리 선택 비중이 60%, 일반유리는 40%가량 판매된다. 일반유리의 대부분은 주택 내창에 쓰이고, 외부창인 발코니는 로이유리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LG하우시스는 1년에 2~3차례 ‘지인’ 창호 계약시 로이유리 업그레이드 이벤트를 진행해왔다.

현대L&C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대L&C는 프리미엄 주거용 창호 브랜드 ‘레하우’를 운영한다. 현대L&C 관계자는 “로이유리와 일반유리 창호 판매 비중은 각각 6대4 정도”라며 “건설사에 판매한 특판 제품을 합치면 로이유리 비중이 줄어들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 로이유리의 장점이 잘 알려져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사 판매용 창호에 로이유리가 잘 쓰이지 않는 이유는 신축 건물의 단열성 자체가 이미 높기 때문이다.

이건창호는 로이유리 뿐만 아니라 ‘슈퍼 진공유리’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진공유리는 유리와 유리 사이에 진공층을 형성해 열이 새어 나가거나 냉기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것이 특징이다. 이건창호에서 지난해 양산에 성공했고 독일 패시브 하우스에서 단열 성능을 인증받았다. 일반 단열유리보다 열 차단율이 4배 이상 높다. 이건창호 관계자는 “로이유리와 진공유리의 선택 비율은 지난해 9대1에서 올해 8대2로 진공유리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건설경기 위축 분위기지만 진공유리 판매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로이유리 단열 원리/사진=KCC
◇KCC 비주거용 로이유리 시장까지
KCC는 지난해부터 여주공장에 ‘유리 코팅 2호기’를 추가로 가동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주거용(주택) 뿐만 아니라 비주거용(상업시설) 로이유리를 생산한다. KCC는 한글라스와 함께 판유리를 공급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손꼽힌다.

주거용 로이유리 대표 제품은 ‘E-GLASS 하드 & 듀라블’(EHD)로 투명 외에 블루·실버 색상을 생산한다. 유리의 양쪽 면을 모두 코팅한 더블 로이유리 ‘E-MAX 레디언스’를 갖추고 있다. 비주거용(상업용) 로이유리도 E-GLASS 계열과 E-MAX 계열로 제품군으로 나뉜다. 비주거용 로이유리의 경우 고객의 요구에 따라 삼중 코팅된 제품이 공급되기도 한다. 최근엔 단열 성능을 극대화한 고성능 로이유리, 그레이 색상 로이유리 등도 출시했다.

KCC 관계자는 “주거용 창호 판매시 로이유리와 일반유리 선택 비중은 5대5로 경쟁사들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비주거용은 로이유리 비중이 90% 이상”이라며 “전체 판유리 시장에서 로이 비중이 절대적으로 큰 것은 아니지만 매년 두 자리 수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한편, 2020년부터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가 단계적으로 확대되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로이유리 수요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제로에너지 건축이란 친환경 에너지 발전, 고단열 자재로 건물을 지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공건축물은 내년부터, 민간건축물은 2025년부터 제로에너지 인증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준공 허가가 나온다. 현재는 신축 아파트에 로이유리 창호를 쓰는 일이 매우 드물지만, 2025년부터는 필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