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토착 수퍼히어로 영화 흥행돌풍

배동선 자카르타 통신원 기자|2019/09/08 14:07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어벤져스 시리즈가 세계를 휩쓰는 동안 절치부심하던 인도네시아 영화계는 2016년 1월 조코 위도도 정부가 외국인 투자규제를 크게 완화하면서 숨통을 텄다. 이후 영화산업이 해외자본에 전면 개방돼 최근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영화기술발전에 힘입어 예전엔 꿈도 꾸지 못했던 수퍼히어로 영화가 제작돼 흥행몰이를 시작했다고 자카르타 포스트가 전했다.
영화 군달라 포스터 / 출처: jakartaglobe
조코 안와르 감독이 각본과 감독을 맡은 신작영화 <군달라>(Gundala: Negeri Ini butuh Patriot)는 하리야 ‘하스미’ 수리야미나타가 1960년대에 그린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자카르타 포스트에 따르면 <군달라>는 8월 29일 개봉한 뒤 7일 만에 100만명의 유료관객을 기록했다. 인도네시아 전국 스크린은 1700여개 선으로 인구 100만명당 4.8개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의 100만명당 50개, 중국의 30개에 크게 미치지 못하므로 유료관객 100만명은 한국의 1000만 관객 영화에 버금가는 흥행이다.

CJ ENM이 제작비를 투자했고 작년 부산영화제에도 출품돼 관객수 420만명을 끌어 모은 2017년 현지 영화 최고 흥행작인 호러물 <사탄의 숭배자>(Pengabdi Setan)도 조코 안와르 감독의 작품이다. 그는 <군달라>의 성공을 발판으로 다른 영화 제작자들도 기존 주제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소회를 밝혔다.

<군달라>는 주인공 산차카가 자신을 발견하며 마침내 수퍼히어로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이 영화는 다른 인도네시아 수퍼히어로들이 대거 등장하는 부미랑잇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첫 포문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2019년 토론토 국제영화제에도 출품됐다.
같은 내용이 1981년 <군달라:번개의 아들>이라는 제목으로 최초 영화화된 적이 있으나 인도네시아의 본격 수퍼히어로 영화는 2017년 11월 23일 개봉했던 <발렌타인:다크 어벤져>가 처음이었다. 스카일러 코믹스와 스카일러 픽쳐스가 제작한 이 영화는 CGI팀의 하드드라이버가 깨져 8개월간의 CG 작업이 날아가 버린 상태에서 계약한 상영일에 맞춰 억지로 개봉했다가 사흘 만에 스크린에서 내리는 참패를 겪었다.

인도네시아는 수입 영화와 로컬 제작영화가 7:3 정도의 관객 점유율을 보인다. 2018년엔 150편의 로컬 영화가 제작돼 5000만명 남짓 관객을 모았다. 그간 열악한 제작환경은 한국 CJ나 헐리우드 등 해외자본 유입, 대통령 직속 창조경제위원회, 교육문화부 소속 영화진흥본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지원에 힘입어 개선되고 있다. 한국영화의 경우 현지 상영관 산업 업계 2위인 CGV 시네마스가 전국 45개 상영관 226개 스크린(2019년 2월 현재)에서 지속적으로 월 1~2편을 개봉하고 있다. 한국영화 리메이크도 활발히 이루어져 최근 <수상한 그녀>, <여고괴담>이 각각 <스위트 20>, <적막(Sunyi)>이라는 제목으로 관객들을 찾아갔고 <미녀는 괴로워> 판권을 획득한 믹스 엔터테인먼트는 관련 리메이크작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