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82년생 김지영’ 정유미 “갈등 부추기는 작품 아냐”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김지영을 연기한 정유미 인터뷰

김영진 기자|2019/11/01 00:00
정유미 /사진=매니지먼트 숲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개봉 8일만인 10월 31일, 손익분기점인 160만 관객을 돌파했다. 1982년 태어나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정유미)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김도영 감독의 부드럽고 섬세한 연출, 여기에 지영과 그의 남편 대현을 연기하는 정유미, 공유의 연기력이 빛을 발하며 삼박자가 딱 맞아떨어진 작품이다. 


정유미가 연기하는 김지영은 영화 포스터의 문구처럼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출연 결정 소식이 전해지자 작품을 향했던 비난은 정유미에게로 향하기도 했다. 이 정도의 악플과 비난을 상상하지 못했던 정유미에겐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자연스럽게 저에게 온 작품이에요. 저는 사실 주인공이 혼자이거나 둘인 경우는 부담스러워서 피하는 스타일인데, '82년생 김지영'은 그런 것까지 생각 안 하고 선택한 작품이죠. 제가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이야기 같았어요. 이슈가 있을 거라곤 생각했지만 이 정도라곤 예상 못했죠. 너무나 많은 비난들이 있어서 오히려 현실감이 없더라고요. 하지만 제작하는 데에 어려움은 전혀 없었던 것 같아요."

"괜찮다"고 웃어 보이는 지영의 얼굴 뒤에는 여성이기 때문에 겪었던 고통의 그늘이 존재했다. 하지만 '지영'을 통해 이야기 하고자 하는 건 여성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정유미의 덤덤한 연기는 고통과 차별이 생겨나야 했던 이유와 환경, 사회적인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더욱 눈물샘을 자극했다.


"제가 겪지 못했던 일들도 많지만 시나리오에 단단하게 담겨 있었어요. 제 또래 친구들, 저를 키워준 어머니와 할머니, 모두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죠. 당장 이 영화를 만든 김도영 감독님부터가 워킹맘이에요. 감독님을 보면서도 많이 도움을 얻었고, 어렵다고 느껴지는 신은 원작 소설을 보면서 도움을 얻었어요."



이 영화에서는 단순히 지영이 엄마이기 때문에 겪는 상황만 있지 않다. 결혼과 임신으로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여성, 회사 여자 화장실에 설치된 몰래카메라, 대중교통에서 겪는 성추행 등 다양하다. 정유미는 지영이 겪는 고통의 순간은 많았지만 '맘충(어머니를 비하하는 단어)'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지영이는 그저 '엄마'라는 이유로 '맘충'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자신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요. 그래서 지영이가 '나에 대해 뭘 안다고 말씀하시냐'고 따졌을 때 굉장히 화가 많이 났어요. 사실 저 역시 황당한 루머가 돌 때도 있는데 '연예인이기 때문에 감수해!'라고 하는 걸 보면 너무 서글퍼요. 그런 마음과 비슷했던 것 같아요."


지영은 중첩된 고통으로 가끔 다른 사람에 빙의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곤 했다. 지영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고작 남편 대현에게 "가끔 심장이 '쿵' 가라앉는다"고 할 때뿐이었다. 


"제가 김지영으로 잠깐 지내봐서 모두 이해한다고 말하기가 조심스러워요. 얼마나 위로할 수 있을지도 고민되고요. 영화라는 매체 안에서 배우가 하는 일이 관객들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거잖아요. 배우들이 직접 그 삶을 살아보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제 주변인들에게 매우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개봉 전부터 일부 남성들의 테러가 있었지만 응원을 보내는 관객들도 많았다. 정유미는 "영화가 개봉한 뒤엔 갈등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개봉 전엔 그런 논란이 있었지만 개봉 이후에도 그 갈등이 계속 된다면 너무나 슬플 것 같아요. 영화로 문제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은 전혀 없어요. 그저 나누고 싶을 뿐이죠. 갈등을 부추기고자 하는 건 전혀 없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정유미는 관객들이 '82년생 김지영'을 보는 그 순간만큼은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도 전했다.


"숨을 크게 한 번 쉬어볼 수 있는 영화에요.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흘러가고 변하잖아요. 오랜만에 극장에서 자극적이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는 영화가 될 것 같아요. 물론 많은 감정이 오고가겠지만, 그 안에서도 쉬어갈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