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82년생 김지영’ 공유 “좋은 남편도 모를 수 있다”

'82년생 김지영'에서 대현을 연기한 공유 인터뷰

김영진 기자|2019/11/02 00:00
공유 /사진=매니지먼트 숲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개봉 8일만인 10월 31일, 손익분기점인 160만 관객을 돌파했다. 1982년 태어나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정유미)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김도영 감독의 부드럽고 섬세한 연출, 여기에 지영과 그의 남편 대현을 연기하는 정유미와 공유의 연기력이 빛을 발하며 삼박자가 딱 맞아떨어진 작품이다. 출연 소식부터 원색적인 비난이 있었음에도 연기력으로 모든 논란을 잠재운 두 사람을 만나봤다.(전문)


공유가 연기한 대현은 겉으로 보기엔 누구보다 좋은 남편이다. 회사 일이 끝나자마자 집에 돌아와 지영의 육아와 가사를 돕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좋은 남편'인 대현도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다. 지영의 고통이 구체적으로 어디서 시작된 건지 잘 알지 못한다.


"우리 작품에서 등장하는 가족들은 모두가 화목해요. 대현 역시 좋은 남편인 지점이 원작 소설과는 조금 달라요.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면 더욱 느껴지는 바가 커요. 대현이 좋은 남편이 아니고, 지영이 아픈 뒤로 변하는 캐릭터였다면 그것 또한 현실적이지 못해요. 좋은 남편임에도 모르는 게 많아요. 대현 같은 남편이 많을 거예요."

실제로 누나를 둔 공유는 지영의 남동생 지석(김성철)에 많이 공감할 수 있었다. 지석은 두 누나를 둔 막내아들이다. 할머니의 사랑을 독차지 했고 남자이기 때문에 누나들을 이해 못하는 부분도 분명 존재했다.


"지석과 완전히 똑같은 건 아니어도, 저도 누나가 있기 때문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82년생 김지영' 시나리오를 읽고 어머니에게 전화해 '나를 어떻게 키웠냐'고 물어봤던 것 같기도 해요. 잘 키워주셔서 너무나 감사했거든요. 하지만 그래도 모르는 부분이 많을 거예요. 누나에겐 따로 물어봐야 할 것 같고요."


작품 속 지영이 겪는 다양한 수모들이 있었지만 공유는 무엇보다 지영이 '맘충'이라는 혐오적인 단어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지영이 드디어 목소리를 낼 때, 감사하고 미안하고 '잘했다'고도 하고 싶었어요. 가족이나 친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으로서 얽힌 관계들이 있고 역할이 있는데 그 속에서도 상처 받는 부분을 이 영화가 잘 보여줘요. 그리고 그것을 통해 위로를 느끼게 해주는 게 이 작품에서 가장 좋은 부분이고요."


'82년생 김지영'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한다는 이유로 개봉 전부터 별점 테러를 당하는 등 수모를 겪었다. 공유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여러 의견이 있는 걸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배우라는 직업을 업으로 하면서 저도 사람인지라 상처받고 이해 안 되는 부분도 분명 있어요. 그럼에도 배우이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도 있고요. 최대한 중립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하지만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몰카나 맘충, 여성들의 경력단절 등의 사회적인 이슈들은 정말 이해가 안 돼요. 이런 부분은 절대 중립적일 수 없죠."


2017년 종영한 tvN 드라마 '도깨비' 이후 이번 '82년생 김지영'을 차기작으로 선택한 공유. 평범한 남편을 연기한다는 것에 있어 우려도 있었지만 공유는 "겸허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다"고 했다.


"대중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영화를 본 다음엔 '생각보다 그렇지 않네?'라고 느껴주시면 너무나 기쁠 것 같아요. 기존의 제 이미지가 너무나 세서 이런 역할을 연기하기에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으면 그것 역시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이런 이야기가 좋아요. 캐릭터와 이야기가 현실과 닿아있고, 소소한 일상이지만 관객들이 자신의 모습을 투영할 수 있는 작품이잖아요."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몰랐던 당신과 나의 이야기'라는 '82년생 김지영'의 문구에서 큰 인상을 받은 공유는 이번 작품을 통해 모두가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배우는 대중 앞에 나서는 직업인만큼 겪어야 할 고충이 있고 또 가족들 사이에서 내가 처해 있는 입장이나 역할이 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신경을 못 써줄 때가 있어요. 바쁘게 살다보면 그런 부분을 생각 못하고 지나가는데 그 조그만 상처들이 쌓이면 무시할 수 없어요. 저는 그런 부분에서 위로를 받았어요. 관객들이 저처럼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볼 계기를 마련했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