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에도 거꾸로 가는 증권주...발행어음 정체로 투자규모도 ‘뚝’

이선영 기자|2019/11/19 06:00
증권사당기순이익
국내 증권사들이 올해 3분기까지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주가 흐름은 거꾸로 흐르고 있다. 연초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던 주가는 6월 고점을 찍었지만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3분기 브로커리지, 투자은행(IB) 부문 등의 성적표가 2분기보다 부진한 탓이다.

문제는 은행권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사모펀드 논란으로 인한 투자심리 악화, 부동산 펀드 성장 둔화 등으로 증권사의 4분기 실적이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발행어음을 판매하는 초대형 IB들의 경우는 금리 인하 기조에 따라 역마진 우려가 나오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증권사들의 발행어음 잔고가 금리 인하로 정체되면서 투자 여력도 줄어들어 내년도 실적 전망이 더 어두워졌다. 전문가들은 내년도 실적 하락이 예상된 가운데서도 투자 여력이 있고 배당 매력이 있는 삼성증권, NH투자증권을 추천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삼성증권·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메리츠종금증권 등 주요 증권사의 주가는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던 6월보다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날 7370원으로 장을 마감했는데, 연중 최고가(8280원)를 기록했던 6월 27일보다 11% 하락한 수준이다. NH투자증권은 연중 최고가를 기록했던 7월 2일(1만4900원)보다 15.4% 하락한 1만26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고, 삼성증권의 주가는 3만5450원으로 연중 최고가인 3만9300원보다 9.8% 내려앉았다. 한국금융지주와 메리츠종금증권도 연중 최고가보다 각각 13.6%, 23.1% 하락한 7만1300원, 4330원으로 각각 장을 마감했다.

이들 증권사의 주가를 살펴보면 올해 초보다 상승한 모습이지만, 연중 최고가를 기록하던 상승세는 꺾였다. 3분기 누적 실적은 상반기에 이어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개별 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부진한 평가를 받고 있는데다 남은 4분기에도 실적이 좋아질 환경이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3분기는 브로커리지, IB, 상품운용, 순이자마진 등 전 부문에 걸쳐 2분기 대비 감소했으며 4분기에도 실적이 더 좋아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DLF 사태, 사모펀드 논란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는 점도 증권사들에 부담이 되고 있다. 투자자들의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유입되는 속도가 더뎌질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초대형 IB들이 발행한 발행어음의 잔고가 정체된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앞서 한투, NH투자증권, KB증권 등은 발행어음 상품을 판매하면서 시중의 자금을 받아 기업금융이나 부동산에 투자해 단기간 수익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고금리 상품 수요자들이 발행어음 상품에 대폭 몰렸으나 최근 금리 인하로 증권사들이 역마진을 우려하면서 가입 속도를 늦추는 상황이다. KB증권의 경우 연말까지 2조원을 목표로 했으나 달성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발행어음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줄어들면서 내년 증권사들의 투자 규모도 줄어들 수 밖에 없게 됐다.

증권사들의 호실적 배경이 됐던 IB 부문이 부동산 중심으로 이뤄졌던 점 때문에 앞으로의 투자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IB부문이 부동산 중심으로 성장함에 따라 자산증가보다 더 빠른 속도로 위험액이 증가했으며, 레버리지비율 여유에도 불구하고 투자여력이 빠르게 축소됐다”고 말했다.

이어 “순자본비율(NCR)의 한계와 부동산 리스크, 현재 부동산 중심의 IB 딜을 감안할 때 내년 IB와 트레이딩 손익 증가세도 하락할 것”이라며 “자기자본이익률(ROE)의 추가 개선이 어렵다는 의미로, 부동산보다 위험값이 낮은 자산 비중 확대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2020년에는 수익성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이투자증권은 내년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금융지주, 키움증권 등 5개사의 순이익은 2조3923억원으로 올해보다 11.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증권주 투자 시에는 변동성이 적고 안정성을 추구하는 전략이 주효할 것으로 봤다. 신한금융투자는 안정적인 이익 창출 능력을 가진 삼성증권을 최선호주로 꼽았으며, 하이투자증권은 신한금융투자와 하이투자증권은 투자여력이 상대적으로 높고 배당 매력이 있는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을 최선호종목으로 추천했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평가익 및 주가연계증권(ELS) 조기상환 관련 손익이 크게 인식됐던 증권사들의 이익 변동성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익 변동성이 낮은 증권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