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發 칼바람’에… 갈 길 먼 삼성, 불확실성 ‘고조’

이상훈 이사회 의장 등 경영진 구속 잇따라
리더십 위기감 등 대내외 불확실성 '고조'
인사 시기 및 향방도 불투명…해 넘길수도
재판부 '숙제' 낸 준법경영 방안에 재계 '촉각'

정석만 기자|2019/12/18 18:21
창사 50년 만에 처음으로 이사회 의장이 법정 구속되는 등 삼성이 ‘혹한의 겨울’을 맞고 있다. 이달 들어 이어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증거인멸, 삼성에버랜드 노동조합 와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사건과 관련한 재판에서 전·현직 임원들이 무더기로 실형 선고를 받으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의 사업 불확실성에 ‘서초동발(發)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삼성의 정기인사와 조직개편 등 경영현안도 ‘시계 제로’ 상태에 빠지게 됐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삼성 2인자’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은 자회사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의혹 사건 1심에서 각각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나란히 법정 구속됐다.

앞서 지난 9일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관련 1심 공판에서 삼성전자 부사장 3명에게 실형이 선고됐고, 지난 13일에는 삼성에버랜드 노조 와해 사건이 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범행이라는 법원 판결도 나왔다.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경영진이 잇따라 구속되는 등 ‘사법 리스크’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6일부터 내년 사업전략을 구상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 중이지만, 내년 대내외 경영 환경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반도체 업황이 내년에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긴 해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스마트폰 등 주력사업에서 대규모 투자와 물량 공세를 앞세운 중국의 추격이 한층 거세지고 있어 위기감은 여전하다. 여기에다 미·중 무역분쟁이나 한·일 수출규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으나 완전 봉합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이 부회장의 이사회 중심 경영 구상도 흔들리게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이사회 중심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이사회의 독립성 제고를 위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도록 정관을 개정한 바 있다. 이 의장의 구속으로 삼성전자 이사회는 실질적으로 김기남·김현석·고동진 대표이사 등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6명 체제가 됐다.

공석이 된 이사회 의장 자리는 당분간 공백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상훈 사장의 재판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현재 이사회 멤버 중에서 직무대행을 선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SK(주)·SK이노베이션의 사례처럼 이사회 독립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삼성 임원 인사의 향방도 더욱 불투명해졌다. 통상 12월 초에 인사가 단행됐으나 전·현직 임원이 연루된 재판과 함께 내년 1월17일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 4차 공판을 앞두고 인사가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렸던 2016년 연말에 삼성이 사장단 인사를 하지 않고 다음해 5월에야 임원인사를 한 전례가 있는 만큼 해를 넘겨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이 끝난 이후에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한편 재계에서는 삼성이 곧 준법경영 강화 방안을 담은 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정치권력자로부터 (뇌물을 달라는) 요구를 받더라도 응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변을 다음 재판 기일 전까지 제시해 달라”고 숙제를 던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