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동 칼럼]수요 규제, 결국 폭발…강남 공급대안 절실
2020/01/30 00:00
강남은 70년대 개발 붐의 대표적 주거지 개발로 인프라가 집중된 곳이다. 미로의 골목길을 헤매는 강북과 달리 바둑판 모양의 시원하게 뚫린 대로로 연결된 게 강남이다. 유명 중·고등학교마저 강남으로 이전하면서 학군 수요가 집중됐고 2000년대 들어 대기업이 대거 자리잡으면서 직주근접의 주택수요가 더욱 늘었다. 사람을 불러들이는 개발사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3월 착공예정인 현대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프로젝트만 해도 그렇다. 일자리만 121만5000개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울시 전체 취업자 수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건설로 인한 생산유발 효과가 27년간 264조8000억 원에 달한다니 강남의 주가(?)를 더욱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6월 착공예정인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개발사업도 마찬가지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C노선을 비롯해 위례신사선 등 5개 광역·지역철도를 탈 수 있는 통합역사, 버스 환승정류장, 공공·상업시설 등을 갖춘 연면적 16만㎡규모의 복합환승센터가 들어서면 강남은 최상의 교통요지로 변화될 것이다. 여기에 수서역세권 개발사업 등 다수의 유무형 사업이 추진되면서 강남의 흡인력은 더욱 강화될게 분명하다. 현재 서울 25개구 부(富)의 총생산 가운데 강남이 무려 17%를 차지할 정도인데 이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그렇다고 글로벌 도시 경쟁시대에 서울의 국제화를 위해 이 같은 개발계획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사회, 공정경제에 역행하고 불평등을 초래하는 주범임은 틀림없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강남 재건축아파트를 당장 잠재워야겠다는 의지 역시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것이 규제만으로 될 일인가. 누적된 수요는 반드시 시장의 반란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과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실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요 폭증으로 둑이 터져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나서 또 둑을 쌓는 ‘눈 가리고 아옹식’의 과거 정책에 불과할 뿐이다. 때문에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시장안정을 꾀하려면 공급이 지속될 수 있는 유연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게 옳다. 주택수요가 많은 지역에 공급을 확대하는게 최우선이고 수요 분산 정책을 적극 개발하는 장기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