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다시 뛴다] 위기에 ‘진짜 실력’ 보인 효성… 내달 주총서 재선임 과제
업황 부진에도 '호실적'… 3년만에 다시 1조 클럽
특유의 기술력·감각적 경영능력으로 악재 넘겨
내달 오너家 '재선임' 과제… 국민연금 행보 주목
최원영 기자|2020/02/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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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 1조원을 넘긴 ㈜효성(연결기준 2447억원)·효성티앤씨(3229억원)·효성첨단소재(1583억원)·효성화학(1539억원)·효성중공업(1303억원) 등 주력 5사는 올해 실적을 10%가량 더 끌어올린 1조1420억원대 이익을 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18년 6월 분사 후 지난해 1년간 5개사 실적이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효성 섬유와 무역사업을 분할해 설립했던 효성티앤씨(조현준 지분 14.6%)가 든든히 주력 이익을 내면서 맏형 노릇을 했고 산업자재부문이 분할 돼 설립 된 효성첨단소재(조현상 지분 12.2%)가 그 뒤를 받쳤다.
효성첨단소재의 주력 제품은 글로벌 점유율 45%의 확고한 시장 1위 지위에 있는 ‘타이어 코드’다. 국제유가에 맞춰 기초 원료값이 출렁이지만 주요 타이어 회사들과 장기 납품 계약을 통해 영업수익성 변동을 최소화했다. 지난해 국제유가는 사우디 정유설비 테러와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 파장에 따라 변동이 컸음에도 회사가 호실적을 낼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다.
효성첨단소재는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로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바람이 불고 수소경제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 필수인 ‘탄소섬유’ 요구가 커지자 1조원에 달하는 탄소섬유 생산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투자 발표식엔 문재인 대통령도 자리해 조현준 회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기술이전이 쉽지 않고 독자개발도 어려워 효성이 아니라면 국산화 꿈이 요원했을 거란 게 지배적 시각이다.
세계 각국에 거점을 마련하며 성과를 내고 있는 효성화학은 현재 박항서 열풍을 타고 ‘한류’ 붐이 불고 있는 베트남에 1조4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화학공장을 추진 중이다. 주력제품 PP·프로필렌을 생산하는 동남아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투자금이 재무에 부담을 주고 있지만 향후 성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ESS 화재 등 전력부문에서 다소 부진한 실적을 냈지만 건설부문에서 이를 만회했고 지주사인 ㈜효성은 다른 계열사 효성티엔에스 등을 통해 크게 개선된 성적표를 내놨다. 효성티엔에스는 세계 2위 ATM기기회사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성공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과거 효성의 최대 강점은 여러 경쟁력 있는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분산해 온 탓에 서로 보완하며 그룹의 안정적 경영을 이어온 점이다. 하지만 약점 역시 각기 다른 경쟁력의 여러 사업이 제 궤도에 올라 주지 않으면 성장의 폭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던 데 있다. 이는 효성이 주력 사업들을 떼어 내 독자적으로 경쟁력을 쌓게 한 이유이기도 하다.
총수 일가가 전 사업군에 영향력을 발휘하며 끌고가는 효성에 있어 가장 큰 불확실성은 오너 리스크다. 조 회장 형제는 3월 하순께 지주사 등기이사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에 내달 중순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돼야 하는 상황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업무상 배임과 횡령,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는 오너 일가를 비판하며 국민연금이 이번 주총에서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계에선 뛰어난 경영 성과로 봤을 때 조 회장 등의 연임이 무난할 것이란 시각이 많지만 사회적 지탄이 커지면 자칫 또 다른 외풍이 불어 경영에 발목을 잡을 수 있고 구성원들의 사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