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오너리스크=신동빈’ 고리 끊나]전문가들 “신동빈, 잇따른 국내외 악재 위기관리능력 보여줄때”

안소연 기자|2020/03/12 06:00
전문가들은 롯데그룹이 유통에서 나아가 석유화학 등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한 것은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유통이 내수 경기를 비롯해 중국·일본 사업에서 타격을 입을 때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제조 산업이 뒷받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이 국내 소비 심리 및 경제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 석유화학은 유가 등 글로벌 사이클을 따른다. 그러나 세계적인 불황이나 ‘코로나19’ 같은 전방위적 악재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결국에는 신동빈 회장이 경영 능력을 발휘해 악조건을 능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롯데의 사업구조에 대해 “유통만 올인 한 게 아니라 석유화학의 포트폴리오를 탄탄하게 다지고 부동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점이 강점”이라면서 “이러한 구조를 통해 버티기에 돌입할 때”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롯데가 그동안 예견돼 왔던 리스크를 제 때 예방하지 못한 점은 뼈아프다고 지적했다. 현재 롯데그룹의 위기가 전형적인 ‘회색 코뿔소’의 사례라는 것이다. 회색 코뿔소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을 뜻하는 개념이다.
그는 “인구 절벽·중국 리스크 등은 큰 위험 요인인데 그동안 꾸준히 예견돼 왔지만 대응을 잘 못한 셈”이라면서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현재는 동남아, 장기적으로는 남미 등 ‘한류벨트’에 집중하는 게 좋다”고 분석했다.

이어 “롯데는 가장 보수적이고 관료적인 그룹이었지만 신 회장이 환골탈태할 기회를 잡은 것”이라면서 “과거 실패 경험을 자산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학부문의 사업에서 현재보다 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정호 서강대 겸임교수는 “화학의 경우 부피가 커진 지 오래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잔뼈가 굵다고는 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신 회장이 얼마나 화학 비즈니스에 대해 익숙한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학 부문은 미국을 중심으로, 유통은 동남아를 중심으로 하는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지금처럼 산업을 가리지 않고 수요와 생산이 위축되고 있을 때는 완충작용을 할 수 있는 산업이 많지 않다”고도 봤다.

이어 그는 “평상시에는 전문 경영인들에게 맡기면 되지만 현재와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오너 경영인만이 사태를 돌파할 수 있다”면서 “오너경영인으로서 신 회장이 제실력을 발휘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