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뒷담화] 주주연합의 ‘아킬레스건’
박병일 기자|2020/03/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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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가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기로 했을 당시에도 시장에서는 KCGI가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아 자신들이 주장하던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체제 도입이라는 가치에 먹칠을 할 필요가 있냐는 자조적인 평가가 나왔습니다. 전략상 KCGI는 조 전 부사장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굳이’라는 물음표가 따라 붙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 고발로 그 ‘굳이’가 ‘그것 봐’로 바뀌는 듯합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대한항공 불법 리베이트 의혹입니다. 지난 4일 채이배 민생당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한항공이 과거 에어버스로부터 항공기 납품 대가로 불법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내용을 공개했고, 이 의혹은 양측의 갈등 국면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됐습니다.
그런데 주주연합은 이런 상황에서도 검찰 수사를 촉구할 뿐 본인들이 직접 검찰 고발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우군인 조 전 부사장이 함께 엮일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최대한 공격 수위를 조절했다고 추측해볼 만합니다. 주주연합 관계자가 “이미 리베이트 건은 국회와 언론 등에서 공론화 됐고, 검찰이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지 수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 것도 조 전 부사장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입니다.
결과적으로 채 의원은 18일 조 회장 뿐만 아니라 조 전 부사장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주주연합에서는 이런 상황을 예상했을 지도 모릅니다. 다만 주주연합 입장에서 조 회장을 공격할 카드 하나를 조 전 부사장 때문에 잃어버린 것은 맞는 듯합니다. KCGI도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는 것에 부담이 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동안 주장해온 한진가의 일탈문제와 기업이미지 훼손의 일등공신이 조 전 부사장이었던 만큼 조 회장의 자질 문제를 거론하는데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 못했을 리 없습니다. 실제로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진가를 욕하던 한진 직원들도 조 회장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원인은 역시 조 전 부사장입니다.
그나마 주주연합은 KCGI·권홍사 회장·조 전 부사장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조 전 부사장 때문에 날아오는 화살을 막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설사 조 전 부사장이 리베이트 문제로 법적인 책임을 진다고 해도 경영권 논란은 최소화 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어찌 됐든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진그룹과 주주연합 간의 갈등은 이번 주총이 끝나도 지속될 것입니다. 최소한 주주연합이 유지되는 전제하에서요. 검찰이 얼마나 신속하게 리베이트 사건을 수사할지는 모르겠지만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양쪽 모두 리베이트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결론이 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