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뒷담화] 이재용 삼성전자 쇼핑 목록에는 ASML 있을까?
하만 같은 성공적 인수 노리는 듯…ASML 시너지 효과 확실
D램에 EUV 공정 도입한 삼성, ASML 입장에서도 VIP 고객
황의중 기자|2020/04/06 16:30
ASML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의 EUV노광장비는 한 대당 1500억원이 넘는 고가지만, 이 장비 없이는 7나노미터 이하 차세대 반도체를 만들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오히려 아쉬운 소리를 하는 입장입니다.
한때 ASML은 산업스파이로 인해 노광장비 기술이 유출될 뻔한 위기를 겪었습니다. 처음에 중국 쪽의 소행으로 의심됐지만 나중에는 삼성전자가 배후로 의심됐었죠. 이 사건의 진위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만큼 삼성전자가 ASML를 갖고 싶어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지금와서 가장 후회하는 건 TSMC일 겁니다. 현재 EUV 노광장비를 반도체 생산에 쓰고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와 TSMC 두 곳 뿐으로, 글로벌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를 가장 위협하는 존재는 EUV 공정으로 경쟁하는 삼성전자니까요.
더구나 삼성전자와 ASML는 향후 밀월관계가 예상됩니다. 삼성전자는 EUV 공정을 적용한 세계 최초 D램 제품을 선보였고 하반기에는 생산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이전까지 EUV 공정은 베메모리 반도체에 국한됐었지만 이젠 메모리 반도체에도 쓰이게 된거죠. D램 시장 점유율 1위(46%)인 삼성전자는 ASML에겐 VIP 고객인 셈입니다. ASML 최고경영자(CEO) 피터 베닝크도 “메모리 반도체 제조를 위한 EUV 장비 판매가 향후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삼성과 협업을 밑바탕에 깔고 얘기한 것이죠.
삼성전자가 추가로 ASML 지분을 인수할 수 있을지 지금은 단언할 수 없습니다. TSMC나 인텔 등이 어떻게 나올지가 중요합니다. 만약 이들의 방해를 물리치고 삼성전자가 ASML의 대주주 자리를 얻을 수 있다면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한층 강화될 것입니다. 향후 삼성과 ASML의 행보를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하는 이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