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되는 미·중 기술냉전에…삼성전자 득실은?
美 화웨이 제재로 당장 직접적인 영향 없을 듯
화웨이 스마트폰 차질시 메모리 수요 위축 우려
유럽 등서 스마트폰 점유율 상승 효과 기대
TSMC와 파운드리 점유율 좁힐 수 있는 기회도
정석만 기자|2020/05/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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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두고 당장 삼성전자에게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제3국 기업이라도 미국의 기술을 활용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하려면 미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한 제재조치가 화웨이나 계열사가 의뢰한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시스템반도체의 위탁생산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5월 미 정부 제재로 퀄컴 등 미국 반도체업체로부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핵심 반도체 부품을 구할 수 없게 되자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통해 반도체를 설계하고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대만 TSMC에 생산을 맡겨 왔는데, 이 같은 ‘우회로’를 차단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다만 미국이 이번 제재에 120일간의 유예기간을 둔 만큼 화웨이가 주요 부품에 대한 재고 축적에 서두를 공산이 크다. 화웨이는 미 정부의 추가 제재조치가 나오자 TSMC에 5나노와 7나노 공정의 반도체 7억달러(약 8600억원)어치를 긴급 대량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적으로 삼성전자의 ‘반짝 특수’도 예상되는 이유다.
업계는 특히 IM(IT·모바일) 부문에서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은 높다고 보고 있다. 스마트폰과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 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화웨이의 생산차질이 삼성전자의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화웨이는 지난해 전 세계에 스마트폰 2억4050만대를 판매하며 삼성전자(2억9510만대)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화웨이와 경합을 벌이고 있는 유럽과 중남미 등에서 점유율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화웨이가 미국 제재로 구글 서비스를 탑재하지 못하면서 지난해 4분기 삼성의 유럽 시장 점유율이 2%포인트 상승한 전례도 있다.
TSMC의 화웨이 신규 수주 중단으로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도 나오지만 삼성전자 파운드리 역시 미국산 반도체 기술을 사용하는 데다 미·중간 갈등 관계를 고려할 때 화웨이로부터 수주가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시스템반도체 1위를 목표로 한 ‘반도체 비전 2030’ 전략을 가동하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TSMC와의 점유율 격차를 줄일 기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재근 한양대 반도체공학 교수는 “삼성전자가 이번에 평택에 EUV 파운드리 라인을 새로 구축하기로 한 것도 TSMC보다 5나노 공정 캐파(생산능력)를 더 빨리 확보해 커지는 시스템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전망치는 TSMC가 54.1%로 1위, 삼성전자가 15.9%로 1~2위간 격차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