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키우는 취약계층, 책임감 늘고 외로움 줄었다

서울시, 전국 최초 반려동물 기르는 취약계층 조사
강아지는 '말티즈' 고양이는 '코리안 숏헤어' 선호
취약계층·일반세대, 동물 관련 지출은 비슷

김서경 기자|2020/06/11 13:43
반려동물을 기르는 저소득 주민을 위해 서울시가 마련한 ‘취약계층 반려동물 복지사업’ 홍보 포스터. /제공=서울시
강아지나 고양이를 기르는 취약계층 5명 중 1명은 동물을 좋아하거나 외로워서 반려동물을 맞이했고, 이로 인해 책임감 증가와 외로움 감소 등 긍정적 효과를 거둔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서울시는 지난해 하반기 전국 최초로 반려동물을 기르는 취약계층(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독거노인, 장애인)을 상대로 진행한 ‘반려동물 양육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는 604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반려동물로 인한 가장 큰 효과는 책임감으로 나타났다. 604명 중 348명(57.6%)은 ‘매우 그렇다’, 210명(34.8%)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들이 반려동물을 기르게 된 가장 많은 계기(복수응답 가능)는 동물을 좋아해서(29.7%)였다. 이어 외로워서(20.4%), 지인 등 우연한 기회(17.6%)가 뒤를 이었다. 전에 기르던 반려동물을 잊지 못해서(7.8%), 유기동물이 불쌍해서(7.7%)라고 답한 이들도 있었다.

특히 20대에서는 동물을 좋아해서 키운다는 응답(58.8%)이 많았지만, 70대(31.1%)와 80대(24%)의 경우 외로워서 키운다고 답한 경우가 많았다.

반려견의 경우 친척·친구·지인에게 받은 경우(42.3%)가 가장 많았으며, 품종은 말티즈(23%), 푸들(16.8%), 믹스견(16.7%) 순이었다. 반려묘의 경우 길고양이나 유기묘를 데리고 온 경우(45.1%)가 가장 많았고, 품종은 코리안 숏헤어(49.5%), 혼종(15.3%) 순이었다.

다만 취약계층이더라도 반려동물 양육을 위해 일반 세대에 비해 지출을 줄이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취약계층은 월평균 반려견을 위해 13만8437원을, 반려묘를 위해 12만4346원을 쓴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일반세대 지출비용은 12만800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응답자들은 반려견을 기르는 데 병원비(23.8%), 사료 및 간식비(15.8%), 미용 및 관리용품비(14.2%) 순으로 지출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반려묘의 경우 털빠짐 등 위생관리(22.7%), 병원비(20.5%), 사료 및 간식비(14.8%)으로 드러났다.

지출에 대한 부담으로 키우던 반려동물을 다시 유기하는 취약계층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시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마포·서대문·은평·노원구 취약계층 100명과 이들의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동물의료와 동물교육 등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나백주 시 시민건강국장은 “반려동물과의 건강한 유대는 취약계층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