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불기소’ 권고 향방은…美 블룸버그 “검찰, 기소시 대중 분노케 할 것”

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 놓고 정재계 '갑론을박'
블룸버그, 수사심의위 과정과 결과 비중있게 보도
학계도 "수사심의위 결정 존중해야" 목소리

정석만 기자|2020/07/01 18:2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지난달 30일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자회사인 세메스 천안사업장을 찾아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제공=삼성전자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를 내린 것을 두고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들이 검찰의 기소 촉구를 압박하면서 재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기소돼 또다른 재판이 시작된다면 앞서 4년간 사법리스크를 겪어온 삼성의 ‘잃어버린 10년’이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신도 수사심의위 내용과 함께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해석을 내놓는 등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향후 검찰의 판단이 주목된다.

미국 경제매체인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9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나온 수사심의위 결과(불기소 10명, 기소 의견 3명)에 심의위원들도 놀랐다”며 지난달 26일 열린 수사심의위 과정과 결과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회의에서 한명은 이 부회장이 범죄를 행했다는 것을 보여줄 만한 검찰의 스모킹건의 부재에 대해 지적했다”며 “의원 중 한명은 이 사안을 재벌을 둘러싼 이념적인 전쟁이라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이어 “수사심의위의 결과에 즉각적으로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검찰이 심의위 결과를 무시하고 이 부회장을 기소하게 된다면 코로나19 확산 후 한국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삼성이 중요하다고 보는 대중을 분노케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의 보도처럼 수사심의위 이후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위원들의 전문성과 편향성을 들어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안을 따라서는 안된다’며 검찰에 기소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이에 대해 “무작위로 선정된 인사들이 결정한 사안을 문제 삼는 것은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 어떻게 볼 것인가’ 긴급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펼치고 있다. /정석만 기자
학계에서도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일 바른사회시민회의 등이 주최한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 어떻게 볼 것인가’ 긴급토론회에서 “그간 8차례의 심의위 권고가 있었고 검찰이 이를 모두 수용해 왔던 것을 보더라도 이 제도의 신뢰성은 확보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이날 토론회에서 “법률가와 회계전문가 등이 참석한 심의위는 국민 여론의 축소판”이라며 “압도적 다수가 불기소 판단을 했는데도 스스로 만든 제도를 걷어찬다면 자존심이 아니라 아집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검찰의 기소여부 판단을 남겨둔 가운데 이 부회장의 ‘뉴 삼성’ 행보도 속도를 내고 있다. 1일 김기남 DS 부문 부회장 등 삼성전자 최고 경영진은 임직원들에게 보낸 하반기 CEO 메시지를 통해 “경영진부터 모든 임직원에 이르기까지 준법정신을 우리의 기본 가치 중 하나로 지켜나가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올해 초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면서 강조한 준법경영의 의지를 다시 한번 되새긴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