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본부장 도전 WTO 차기 사무총장, 아프리카 두 여성후보 경쟁구도?

유명희 본부장, 25년 통상 외길 전문가 강점...WTO 개혁 방안 제시 가능성
나이지리아 출신 오콘조-이웰라 세계백신면역연합 이사회 의장 유력후보
케냐 출신 모하메드 전 WTO 총회 의장 선두권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2020/07/09 09:38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수장에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53) 등 8명이 출마했다고 WTO 사무국이 8일(현지시간) 밝혔다. 사진은 유 본부장이 이날(한국시간) 서울 중구 대한상의 영상회의실에서 주요국 통상장관 및 통상전문가와 국제기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통상 이사회’ 세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수장에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53) 등 8명이 출마했다고 WTO 사무국이 8일(현지시간) 밝혔다.

WTO가 이날 오후 6시 사무총장 후보 접수를 마감한 결과, 한국을 비롯해 영국·나이지리아·이집트·케냐·멕시코·몰도바·사우디아라비아 등 8개국 출신 후보가 지원했다.

◇ WTO 차기 사무총장, 아프리카 출신 두 여성 후보 경쟁 구도 되나
이번 선거에서 아프리카 출신과 여성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WTO 수장이 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아프리카 출신 여성 후보들이 경쟁력도 강해 당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이사회 의장./사진=세계무역기구(WTO) 홈페이지 캡처
◇ 나이지리아 출신 오콘조-이웰라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이사회 의장 유력후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이사회 의장(66)과 케냐 출신의 아미나 모하메드 전 WTO 총회 의장(58)이 선두 주자로 널리 간주되고 있다며 “그들의 경선 참여는 WTO가 첫 여성 및 첫 아프리카 사무총장을 선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였다”고 전했다.

워싱턴 외교가는 오콘조-이웰라 의장을 가장 유력 후보로 보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WTO 탈퇴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콘조-이웰라 의장은 나이지리아에서 재무장관과 외무장관을 지냈고 세계은행 전무를 역임한 경제와 발전 전문가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Gavi를 이끌며 WTO 본부가 자리한 스위스 제네바에서 인지도를 높였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Gavi 본부도 제네바에 있다.

다만 그는 통상 문제에 관여한 경력이 없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케냐 출신의 아미나 모하메드 전 WTO 총회 의장./사진=세계무역기구(WTO) 홈페이지 캡처
◇ 케냐 출신 모하메드 전 WTO 총회 의장 선두권

모하메드 전 WTO 총회 의장은 케냐 체육·문화부 장관을 지냈고, 2005년 케냐 WTO 대표부 대사를 지내면서 첫 여성 총회 의장이 됐다. 그는 2013년 WTO에 사무총장에 출마해 5월 14일 중도 사임한 호베르투 아제베두 전 사무총장에게 졌다.

아울러 이집트 통상 관료 출신으로 제네바에서 활동하고 있는 하미드 맘두 변호사도 후보 등록을 했다.

◇ 유명희 본부장, 25년 통상 외길 전문가 강점...미 입장 잘 이해, WTO 개혁 방안 제시 가능성

유명희 본부장은 25년간 통상 외길을 걸은 온 전문가라는 점이 강점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유 본부장이 한국의 첫 통상장관이고,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주도했고, 싱가포르 및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의 무역 협정 체결에 관여했다고 소개했다.

한국으로서는 세번째인 WTO 사무총장 도전에 나선 유 본부장은 중견국으로서 이해관계에서 중립적이고, 갈등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 본부장은 여러 차례 워싱턴 D.C.를 방문,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과 통상 현안을 논의하면서 미국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는 만큼 WTO 개혁에 대한 실질적 방안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미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6일 중국·한국 등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들이 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하라고 USTR에 지시한 후 한국 정부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자 이를 중국에 대한 롤 모델이라며 높이 평가하고 있다.

다만 유 본부장이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한국 정부의 WTO 제소를 이끈 인물이라는 점을 들어 일본이 사무총장 선출 과정에 관여하겠다고 밝힌 것은 도전 과제다.

◇ 폭스 전 영국 국제통상부 장관 등 출사표

테리사 메이 영국 내각에서 국제통상부 장관을 지낸 리엄 폭스 하원의원(58)도 만만찮은 상대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글로벌 교역 시스템에 대한 상세한 지식을 갖춘 다자주의의 열렬한 지지자”라고 추천했다.

그 외 투 도로 울리아노브스키 전 몰도바 외무장관(37)·헤수스 세아데 전 멕시코 고위 통상 관료(73)·무함마드 마지아드 알투와이즈리 전 사우디아라비아 경제·기획부 장관 등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

후보들은 오는 15∼17일 열리는 WTO 일반이사회 공식 회의에 참석해 비전을 발표하고 회원국의 질문을 받는다. 유 본부장의 발언 순서는 후보 접수 순서에 따라 5번째로 이르면 16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회원국별로 후보 선호도를 조사해 지지도가 낮은 후보들부터 탈락시켜 한 명만 남기는 방식으로 사무총장을 뽑는다. 최종 선출까지는 통상 6개월이 걸리지만 아제베두 전 사무총장의 돌연 사태로 인한 리더십 공백을 줄이기 위해 이번에는 절차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