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의 운명은…제주항공, M&A 종결시한 D-1

"선결조건 이행 없이 계약 없다" 기존 입장 변함없어
이스타항공, 2개월 임금 반납 등 미지급금 축소 노력
"정부 지원 확대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 필요"

김지혜 기자|2020/07/14 06:00
“인수냐 포기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측에 인수·합병(M&A) 성사를 위한 선결조건을 이행하라고 제시한 마감시한(15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날을 기점으로 이스타항공의 운명의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14일 현재까지 제주항공의 공식 입장은 지난 7일 밝힌 것처럼 “선결조건이 이행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데에서 한 치의 변화도 없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이스타항공이 미지급금을 줄이기 위한 자구책을 시행하면서 ‘무산’에서 일말의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14일 “공식적인 입장에는 아직은 변함이 없다”면서 “15일까지 (이스타항공의) 선결 조건 이행 여부에 따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에 가장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미지급금 문제가 시급하다. 이스타항공이 15일까지 해결해야 할 미지급금만 체불임금 260억원을 포함해 1700억원에 달한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10일 조종사 노조를 뺀 1270명 중 530여 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2개월 치 임금 반납 의사를 물어보는 설문조사를 진행, 75%의 찬성을 이끌어냈다. 또 제주항공이 문제를 삼았던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 문제도 국토부가 리스사 계약변경 합의 문건을 인정하며 사실상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입장이다.

이 외에도 국토부에 공항시설 이용료 감면 요구, 협력사에도 ‘일정 기간에 아예 항공기를 운영하지 못했다’며 리스료와 유류비 등의 미지급금을 줄이기 위한 협의에 나서는 등 미지급금 규모를 줄이는 데 노력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 규모를 최소 1000억원 미만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제주항공의 마음을 돌리기엔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제주항공 역시 코로나19로 장기간 자금난 확보에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이스타항공의 인수를 전제로 지원하는 1700억원만으로는 부실한 이스타항공을 끌어안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스타항공은 이미 100% 자본잠식 상태인 데다 632억원에 달하는 결손금도 있다. 제주항공도 지난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이 990억원가량으로 전 분기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으며, 2분기에 전기 대비 적자폭이 200억원가량 더 커진 8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인수 시 동반부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현재 이스타항공이 항공운항증명(AOC) 효력을 상실해 사업 정상화까지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또다시 고정비 지출 등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불법 증여 의혹도 제주항공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2대 주주인 제주도도 인수에 부정적인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와 노동부 등 정부까지 나서 인수를 중재하고 있는 만큼 쉽사리 판을 엎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뻔한 결말이 보이는 폭탄을 안고 불 속으로 뛰어들 수는 없는 만큼 정부가 지원금 확대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