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 온다” 현대차그룹 전계열사 ‘전동화’ 속도전… 경쟁력은?
친환경차 내수 판매 월 1만대 수준으로 성장
모비스 중심으로 전동화 핵심기술 연구 한창
현대위아, 전기차 열관리시스템 양산 개발 중
현대제철·현대로템, 수소전기차 시대 기다려
최원영,이상원 기자|2020/09/03 06:00
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8월 친환경차 내수 판매량은 9138대로 전년 동기 5093대 대비 79.4% 급증했다. 이는 하이브리드 차량과 순수 전기차를 모두 포함한 수치로 현대차가 2442대에서 4006대로, 기아차가 2651대에서 5132대로 1년 새 대폭 늘었다.
현대·기아차가 그룹 최전방에서 글로벌 유수 완성차업체와 맞서고 있지만 경쟁력을 만들어 주는 건 든든한 부품 계열사의 몫이다. 이미 그룹이 제시한 전동화 전략에 맞춰 계열사들은 체질을 바꾸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내년 전기차 전용플랫폼(E-GMP)을 통해 차세대 전기차 양산에 들어간다. 궁극적으로 2025년 총 23종의 전기차를 내놓고 글로벌 전기차 판매 100만대, 점유율 10% 시대를 여는 게 목표다.
현대·기아차만을 위해 지어지는 공장은 아니다.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2곳과 전기차 부품 공급계약을 협의 중에 있다. 기술력과 경쟁력이 인정 받고 있는 셈이다. 이로써 수직 계열화에 치중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캡티브 의존 리스크를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생산량을 늘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면 더 낮은 단가로 부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그룹 전체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수소차의 심장인 ‘스택’을 국내 유일하게 만들고 있을 뿐 아니라 자율주행도 현대모비스가 앞장서 개발 중이다.
현대위아 역시 통합열관리 모듈 제작에 나서며 전동화 흐름에 발을 얹었다. 열관리 시스템은 덥거나 추워도 모터와 배터리가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로, 전기차의 효율을 좌우한다. 현대위아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능통합형 드라이브액슬(IDA)’은 엔진에서 나온 동력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려 바퀴로 전달하는 장치다. 내년 현대차 E-GMP 적용 모델에 장착될 예정이다.
수소전기차에서 미래를 본 계열사는 현대제철과 현대로템이다. 현대제철은 수소전기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스택’의 주요부품 중 하나인 금속분리판을 만들고 있다. 현대로템은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장치인 수소리포머를 제작하고 있다. 현대케피코도 수소차용 제어부품 등을 개발 중이다.
미래차의 핵심 중 하나인 커넥티드카와 관련해선 현대엠엔소프트·현대오토에버가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엠엔소프트는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고정밀 지도·위치기반서비스·텔레매틱스 등 커넥티비티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 블루링크·기아차 UVO·제네시스 커넥티드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현대오토에버 역시 모바일, 차량 단말기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차량을 원격으로 진단하고 긴급구조를 비롯해 차량 위치기반으로 필요한 편의 정보를 쉽게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현대트랜시스는 전기버스용 휠모터 등 파워트레인과 자율주행차에 맞는 혁신적인 시트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현대차그룹이 전동화 시대에 대한 준비를 마쳤고 경쟁력도 충분하다는 진단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현대위아 등 그룹 부품사들 대부분이 내연기관에 대한 기술 투자를 멈췄고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대부분 전동화 흐름에 맞춰 준비돼 있다”며 “오히려 전기차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박사는 “비계열 협력사들 중 기계부품사들은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면서 “때문에 현대차가 협력사를 위해 오픈 소싱하며 지원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