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의사 수 ‘과소’ 논란과 ‘최고 가격’ 문제
2020/09/0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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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증가와 공공의대 설립과 같은 정책을 추진하려는 근거로 보건복지부는 “의사 수가 너무 적다”는 몇 가지 통계를 제시했다. 우선 인구 대비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67.9%로 평균에 못 미친다고 했다. 또 우리나라는 의료접근성이 훌륭하지만 의사 1인당 환자의 수가 많아서 OECD 국가별 환자당 1차 의료기관의 진료시간이 4.2분으로 11개 국가의 17.5분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아울러 지역별 의사 수의 격차가 심각하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최근 복지부가 제시한 인구 1000명당 지역별 의사 수는 서울 3.1명, 광주·대전 2.5명, 대구 2.3명 등인데 특히 서울 종로, 강남, 중구 등 1천명당 의사 수가 가장 많은 3개 지역의 1000명당 의사 수는 10.57명으로 경북의 가장 의사 수가 적은 3개 지역의 평균 0.75보다 약 14배라고 강조했다.
이런 통계를 근거로 정부가 2022년 학기부터 10년간 의대정원을 늘려 총 4000명의 의사를 더 양성하고 이들 가운데 3000명은 지역의사로 선발해서 10년간 출신 의대 소재 시도의 의료기관에 의무적으로 복무하도록 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의료계가 보는 의사 수의 과소 여부는 정부와 완전 딴판이다. 우선 ‘국가별 의사 밀도’(10㎢당 의사가 얼마나 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는 이스라엘(12.4명), 벨기에(10.7명), 한국(10.4명) 등의 순서로 “의사의 접근성 측면에서 한국은 의사의 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대한의사협회는 “한국인의 1년 병원 방문 횟수는 16.9회로 OECD평균 6.8회보다 훨씬 더 많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용덕 대구대 명예교수는 “의료수가가 낮게 고정되어 있어서 의사는 최대한 많이 진료하지 않을 수 없기에 1인당 진료시간이 4~5분에 불과할 정도로 짧아진다. 1차 의료기관에서 진료시간이 짧은 것은 의료수가 규제의 결과이지 의사의 수와 관련이 없다”고 분석한다. 이런 분석의 연장선상에서 그는 의료수가가 최고가격으로 통제되면 인구가 감소하는 농촌 지역에서의 개업을 기피하기 때문에 지역별 의사 수의 격차도 가격 규제의 결과라고 했다.
인구의 대부분이 6대 도시에 거주하고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서는 의사의 수가 많기 때문에 국가별 의사밀도가 높게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농촌 지역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정반대이다. 이를 두고 의사의 접근성 측면에서 한국은 의사의 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의협의 첫 번째 주장은 통계를 잘못 해석했다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의사의 수가 모자란다고 하지만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응급의학 등은 의사가 턱없이 모자라고 성형외과, 피부과, 정형외과 등에서는 의사가 차고 넘친다. 왜 그런지는 결국 의료수가에 대한 최고가격 규제가 있는지 또 의료수가가 어떻게 책정되고 있는지를 따져보면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가 이 문제를 풀어가야 최근 양측의 갈등문제도 근본적 차원에서 풀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