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

이인상 기자|2020/09/08 17:25
쓸모없음의 쓸모에 관한 책이 서점가에 화제다.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다반이 펴낸 김성민 작가의 <아름답고 쓸모없는 독서는 책과 함께한 시간을 담은 독서 기록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사용가치, 소비가치로 즉시 환원되지 않는다. 새로움보다는 오랜 시간동안 천천히 스미는 지속성을 지향한다. 쓸모를 의미하는 ‘쓸 만한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는 시대에, 책보다 더 효율적인 매체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어쩌면 독서는 쓸모없다. 그러나 독서가 삶의 구원이자 단단한 동아줄이 될 수 있다면 독서는 아름답다. 쓸모없는 독서를 통해 얻은 쓸모를 공유하고 싶은 바람을 담은 책.

대학 졸업과 동시에 결혼한 저자는 그 시절 두고 온 자신과 대면하며 다시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블로그 '시간의 기록'에 남긴 독서기록과 책 리뷰가 이 책의 뼈대가 되었다. 독서는 거울이 되어 나의 내면을 비추고 독서를 통해 나의 ‘나머지’와 ‘미지의 나’를 만난다. 또한 독서를 통해 다른 자아를 경험한다. 수많은 다른 사람이 되면서, 일상과 자기 자신을 초월하는 경험을 통해 일상을 탈피한다. 한 권의 책이 끝나면 조금 달라진 내가 있다. 독서의 또 다른 의미는 상실 이후의 시간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데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와 이별하며 살아간다. 돌아갈 수 없는 상실을 겪고 난 후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 독서는 아픔의 개별성을 이해하는 과정이자 타인의 아픔에 닿지 못하는 슬픔을 향한 위로다. 나의 아픔을 누군가가 알아주기를, 나 또한 타인의 아픔에 민감하기를 바라며. 서로의 아픔에 닿으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길 바라며 저자는 오늘도 책을 읽는다.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던 저자에게, 책은 하나의 타자(他者)이다. 그것을 통해 타인을 이해해 보려는 노력과 저자 자신의 변화를 경험한다. 철학자 레비나스가 말했듯 ‘타자는 나의 미래’인 바, 저자는 책에서 새로운 시간들을 발견한다. 그런 내일과의 마주침이 글쓰기를 통해 어제로 쌓여가는 ‘시간의 기록’, 그 개인의 역사를 그러모은 이 책 한 권이 다시 누군가에게 ‘타자’가 되어줄 수 있을지도 모를 일. 그렇듯 저자의 어제는 독자의 내일로 이어지고, 타자는 자아로 순환한다.

아울러 그 시간의 가치에 대해 말하고 있다. 당장의 실용성과 효율성이 증명되지 않으면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당하는 소비사회. 저자는 ‘모든 예술은 완벽하게 쓸모없다’던 오스카 와일드의 어록을 인용하며 독서가 지닌 미적 효용에 대해 이야기한다. 화가들이 현전하는 것 그대로를 화폭에 재현하지는 않듯, 작가들도 자신에게 체화된 언어의 미학으로 순간을 표현한다. 그런 ‘아름답고 쓸모없는’ 예술적 관점과 언어로 세상을 바라보고 표현할 때, 어제보다는 조금 더 아름다운 내일로 다가올 세상. 독서가 가져다주는 지식 이외의 힘은 그런 미적 해석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