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대란’ 우려... 매립지 부족에 일회용품 산더미

‘집콕’ 배달 늘면서 일회용품 쓰레기 늘어
수도권매립지 용량 부족 현실화
재활용품 수거에 차질... 주민 불편 악순환

천현빈 기자|2020/09/13 15:10
서울시의 쓰레기 수거가 제때 되지 않아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불편이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일회용품 쓰레기가 늘면서 수도권의 쓰레기 매립지가 예상보다 빠르게 차고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 재활용품 쓰레기가 쌓여 있다. /천현빈 기자
재활용 분리 수거방식이 주1회로 변경됐다는 공고문이 붙어 있다. /천현빈 기자
대단지를 이루고 있는 여의도의 A아파트. 기자가 13일 방문한 이곳에서는 곳곳에 수북하게 쌓인 재활용 쓰레기들이 눈에 띄었다. 반투명 비닐봉지 안에는 음료수 페트병을 비롯해 각종 비닐류의 쓰레기가 담겼다. 바로 옆 동의 아파트 모퉁이에도 사람 키보다 훌쩍 큰 재활용 쓰레기 더미가 눈에 띄었다. 쓰레기는 아파트 뒤에 있는 계단 바로 밑에 있어 통행하는데도 불편해 보였다.

아파트 경비원 B씨는 “쓰레기가 전보다 더 많이 나와 아파트 곳곳에 쌓여 있다”며 “인력이 부족해 쓰레기 수거 방식이 주 1회로 줄었다”고 말했다. 실제 아파트 출입구에는 폐지 수출 감소와 인력 수급 문제로 쓰레기 처리 방식이 변경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B씨는 “수거 업체도 자주 바뀌는 걸로 알고 있다”며 “그렇다보니 전처럼 원활하게 쓰레기 처리가 안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매립지가 포화상태에 가까워지면서 재활용 플라스틱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이에 폐플라스틱을 받지 않으려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8월 환경부의 발표에 따르면 페트(PET)의 1kg당 가격은 지난 3월 800원 수준에서 지난달 590원까지 떨어졌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쓰레기 수거가 제때 되지 않고 있는 배경이다.

문제는 지상에 놓인 플라스틱 종류의 쓰레기만이 아니었다. 본래 아파트 지하에 임시로 재활용품을 놓는 공간을 폐지가 차지하면서 다른 재활용품 처리도 늦어지고 있다. 다른 경비원 C씨의 안내를 받아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 공간엔 폐지 조각과 택배 상자들이 여기 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C씨는 “재활용 처리가 늦어지면서 쓰레기가 여기 저기 쌓이고 있다”며 “버리는 주민들도 관리하는 경비원들도 정말 불편해졌다”고 강조했다.

아파트 단지를 나오는 길목에서도 플라스틱 종류의 재활용 쓰레기가 쌓여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경비원 B씨는 “재활용이 제대로 되려면 페트병에 붙은 스티커도 떼고, 용기에 묻은 음식물도 떼야 하는데 불편해서 그렇게 하는 주민들이 어디 있겠나”라며 “쌓여가는 쓰레기를 보면 주민들도 우리 경비원처럼 곤욕스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폐지 더미가 아파트 지하 공간에 방치돼 있다. /천현빈 기자
여의도 곳곳에 있는 건물 상가도 쓰레기장이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건물 관리인 D씨는 “상가에 입점한 곳들이 전부 일회용품을 사용하다보니 쓰레기량이 많아졌다”며 “수거업체에서 평일에 깔끔하게 수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근 상가 뒤편에 쓰레기가 방치돼 있다. /천현빈 기자
재활용 쓰레기가 많아지자 일반쓰레기에 섞이는 횟수도 잦아지고 있다. 분리수거가 원칙대로 되지 않은 이른바 ‘불법쓰레기’는 생활쓰레기로 분류된다. 소각하고 남은 찌꺼기는 소각장이 없는 곳의 쓰레기와 함께 매립지에 묻힌다.

수도권의 생활쓰레기는 인천의 수도권매립지로 모인다. 수도권매립지는 2025년 8월이 되면 부지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매립지를 관리하는 인천시는 총량을 어긴 지자체의 쓰레기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와 경기도는 남은 부지를 더 활용하자는 의견을 내며 충돌하고 있다.

여의도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 재활용품 쓰레기가 쌓여 있다. /천현빈 기자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플라스틱 폐기물은 하루 평균 889t 발생했다. 지난해 대비 약 30% 늘어난 수치다. 특히 폐플라스틱류와 폐비닐류의 하루 발생량은 각각 15.6%, 11.1% 증가했다. 이는 공공 폐기물 선별장의 쓰레기만 합친 통계다. 민간 선별장의 처리 폐기물량을 더하면 플라스틱 폐기물은 훨씬 많아진다.

환경부는 관련 대책을 내놨다. 올해 1월부터 수도권 각 지자체에 ‘반입 총량제’를 도입하며 쓰레기의 양을 2018년 대비 10% 줄이도록 했다. 기준치를 초과하면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물론 매립지 반입도 제한한다는 조치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쓰레기 대란’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