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인터뷰] “K뷰티, 이젠 현지 밀착 마케팅·유통이 필수죠”

황종서 아시아비엔씨 대표
중국·일본·베트남 등에 K뷰티 유통 맡아
중소벤처기업부 선정-올해의 글로벌강소기업

박지은 기자|2020/10/19 05:00
황종서 아시아비엔씨 대표가 지난 16일 경기도 광명시 광명테크노파크 사무실에서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박지은 기자 @Ji00516
“패키지에 한글만 적혀있어도 불티나게 팔리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은 중국, 일본, 베트남 등 현지 트렌드에 부합하는 제품을 내놓은 브랜드만 생존하는 추세다.”

지난 16일 경기도 광명시 광명테크노파크에서 만난 황종서 아시아비엔씨 대표는 최근 ‘K뷰티’ 수출 시장을 이 같이 진단했다. 황 대표는 2016년 코스메틱 전문 무역회사 아시아비엔씨를 설립하고 중국, 일본, 베트남, 미주에 ‘K뷰티’ 브랜드를 수출해왔다. 2017년 58억원이었던 매출도 지난해 252억원까지 커졌다. 올해에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선정됐다.

아시아비엔씨는 색조 브랜드 롬앤을 중국, 일본, 베트남 등 글로벌 시장에 독점 유통하고 있다. 황 대표는 “과거에는 바이어들이 원하는 제품을 구해다주는 식이었지만, 이제는 유망한 브랜드를 찾아 해외 여러 국가에 독점 유통하는 사업을 전개한다”며 “현지에서 가능성 있는 브랜드를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채널에 입점시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을 진행해 현지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는데 주력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호치민 비보시티에 자리한 ‘뷰티박스’ 매장의 롬앤 진열대/제공=아시아비엔씨
최근에는 롬앤을 베트남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왓슨스와 뷰티박스에 입점했다. 중국에서는 지난달 뷰티 왕홍으로 유명한 리자치(李佳琦)와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방송 당시 롬앤의 ‘밀크티벨벳틴트’ 10만개가 10분만에 팔렸다. 황 대표는 “밀크티벨벳틴트는 베트남 지역을 겨냥해 개발한 제품이지만 중국에서도 먼저 찾을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며 “오는 23일에도 리자치의 라이브 방송에서 판매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롬앤은 국내에서도 올리브영, 시코르 등 주요 H&B 스토어와 온라인에서 먼저 입소문을 탄 색조 브랜드다.
왕홍과의 라이브 방송 추진은 스피드가 생명이다. 대부분 대화는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 일본에서 즐겨쓰는 라인 등으로 이뤄진다. 황 대표는 “현지 소비자들의 반응을 SNS로 살펴보고 제조사에 전달하거나, 바이어들의 요청을 받을 때도 메신저로 빠르게 소통한다”며 “시장 상황에 맞는 제품을 빠르게 유통할 수 있는 이유도 유연하게 업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본 큐텐을 통해 판매되는 롬앤 색조화장품들. 일본은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과 ‘이태원 클라스’가 넷플릭스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가격대비 성능이 높은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사진=아시아비엔씨
현지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수없이 많은 K뷰티 브랜드가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역량이 부족한 브랜드가 현지 사정을 살피지 않고 무조건 저렴하게 유통하다가 망하는 경우를 여럿 봤다. 가격 관리를 못해서 그렇다”며 “우리는 가능성 있는 브랜드를 지정된 채널에만 공급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약정을 걸어 가격과 브랜드 가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안정적으로 가격을 관리해야 큰 플랫폼들과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가격 관리에 실패한 브랜드는 판매자들에게 매력을 잃는다. 팔아도 남는 것이 없으니 판매상들이 매장에서 제품을 점점 줄이는 것이다. 그렇게 사라지는 브랜드가 한 둘이 아니다.

아시아비엔씨의 다음 목표는 이커머스 매출 비중 확대와 자체 브랜드 출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이커머스 화장품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판매업자에게 물량을 넘기는 기업간거래(B2B)에서 소비자에 직접 판매하는 B2C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황 대표는 “중국 티몰, 일본 큐텐 등 이커머스 매출을 올해 100억원 달성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연말 안으로 자체 스킨케어 브랜드를 출시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