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재판!] 헌재 “남의 땅에 있는 조상묘, 계속 사용해도 된다”
타인 소유 토지에 분묘 설치후 20년간 점유…'분묘기지권' 취득 합헌
헌재 "분묘기지권, 토지 소유권 이전부터 용인돼 온 관습이 법적 지위 획득한 것"
이민영 기자|2020/11/0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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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는 분묘기지권의 기초가 된 매장문화가 여전히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관습법을 통한 전통문화의 보호 및 법률질서의 안정의 공익이 매우 중대하다는 취지에서다.
헌재는 부천시 소재 임야에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A씨가 분묘기지권 취득 및 존속을 규정한 관습법에 대해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땅에 있던 분묘를 철거하고 유골을 옮겼다가 B씨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B씨는 20년 넘게 A씨의 땅에 묘를 쓰고 관리해왔는데, A씨가 분묘를 옮긴 것은 불법행위라며 분묘기지권을 주장했다. 법원은 B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A씨에게 1580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A씨는 상고심 과정에서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에 관한 관습법 등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낸 후 각하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헌재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분묘기지권은 임야에 대한 개인의 소유권이 인정되기 훨씬 전부터 용인됐던 관습이 법적 지위를 획득하게 된 것”이라며 “오늘날 전통적인 장묘문화에 일부 변화가 생겼다고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는 분묘기지권의 기초가 된 매장문화가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관습법을 통해 분묘기지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분묘기지권은 조상숭배사상 및 부모에 대한 효 사상을 기반으로 오랜 세월 우리의 관습으로 형성·유지돼 왔고 현행 민법 시행 이후에도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일관되게 유지돼 왔다”며 “이러한 전통문화의 보호 및 법률질서의 안정이라는 공익은 매우 중대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