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종금 유상증자 나선 우리금융…비은행 강화 드라이브

3년 만에 1000억원 규모 추가
채권운용 등 사업 확대 활용
자기자본·이익 증가 기대감
증권사 전환 가능성도 염두

정단비 기자|2020/11/09 06:00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비은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아주캐피탈 및 아주저축은행 인수를 결정한데 이어 우리종합금융(이하 우리종금)의 유상증자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우리종금은 2017년에도 유상증자를 진행한바 있는데, 이후 자기자본 및 이익이 2~3배 가까이 늘었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서도 우리종금은 영업력 확대를 기반으로 실적 및 덩치를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에 대한 이익 의존도가 높은 우리금융의 포트폴리오도 한층 다변화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비은행 강화를 위해 향후 우리종금의 증권사 전환 가능성도 염두해 둔 전략으로 풀이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계열사인 우리종금은 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완료했다. 이번 증자는 주주 배정 후 일부 일반공모로 진행됐다. 대금 납입은 이달 5일 완료됐고 신주 상장은 오는 17일 이뤄질 예정이다.
우리종금 관계자는 “앞선 유상증자로 자산규모나 수익이 2~3배 가량 늘어났던 효과를 인정받아 추가 유상증자를 추진하게 됐다”며 “유상증자로 조달된 자금은 투자은행(IB)영업 및 채권운용 등 사업을 확대해 나가는데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종금은 지난 2017년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우리종금은 이를 통해 외형과 내실 성장을 이뤄냈다. 유상증자 직전인 2017년 3분기까지만 해도 자본총계는 1884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다 올해 3분기는 자본총계가 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4170억원이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156억원에서 501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특히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563억원으로, 이미 전년도 연간 영업이익인 539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우리종금에 대한 유상증자 조치는 궁극적으로 우리금융의 비은행 강화를 위해서다. 현재는 우리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은 비은행 이익기여도가 30~40%대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우리금융은 14.5%에 불과하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저금리 등으로 은행들의 이익이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한금융과 KB금융은 지주 출범 이후 역대 최대실적을 나타냈고, 다른 금융그룹도 호실적을 냈다.

이는 다른 금융그룹들이 비은행 자회사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금융은 사실상 은행을 제외하면 우리카드 정도만 유의미한 실적을 내고 있다.

손 회장이 작년 지주사 전환과 동시에 “비은행 강화”를 주창해온 이유다. 최근 아주캐피탈 및 아주저축은행 인수를 의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직 우리종금이 규모는 작지만 향후 그룹의 성장세를 견인할 비밀병기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손 회장은 무엇보다 증권사를 인수합병(M&A) 우선순위로 꼽아왔는데, 우리종금을 증권사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이 대표적인 예다. 시장에서 마땅한 매물을 찾지 못하면 우리종금을 증권사로 전환해 자본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증권사로 전환해도 10년간 종금 라이선스를 유지해 발행어음 업무 등 수신 기능을 지속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몸집을 키울 필요가 있어 전략적으로 증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우리종금의 경쟁력을 미리 키워두면 향후 증권사 인수와 동시에 종금을 증권사로 전환해 합병, 단숨에 중대형 증권사로 올라설 수도 있다. 우리금융은 과거 민영화 과정에서 증권업계 내 수위권을 다투던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매각했는데, 내부적으로 이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우리종금의 유상증자는 결국 우리금융의 비은행 강화 차원으로 풀이된다”며 “특히 손 회장이 이전부터 증권사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온 만큼 증권사를 인수한 이후 시너지 강화를 위해 우리종금을 증권사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