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희 칼럼] 디지털 서비타이제이션, 제조업의 미래로 다가오다

한국인적자원개발학회와 함께하는 4차 산업혁명의 의미<11>

2020/11/16 18:57
제조업의 발전과 환경보호의 양립. 과
김창희 호주 케언즈연구원 연구위원
연 가능한 시나리오일까? 가능하기만 하다면 당장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여태껏 우리가 목격해온 제조업의 발전은 늘 환경의 희생을 동반해왔다.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제조업의 서비스화, 즉 서비타이제이션(servitization)은 전통적인 제조업 비즈니스 모델에 혁신적인 변화를 요구하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서비타이제이션이란 유형의 제품에 무형의 서비스를 결합하여, 보다 지속가능하며 혁신적인 가치를 고객들에게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적 제조업체들이 기존 밸류체인에 ‘서비스’라는 무형의 자산을 융합시켜, 서비스중심 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 예로, 한국타이어의 T스테이션의 경우, 타이어 구매에서부터 사용과 유지, 보수 서비스까지 통합솔루션서비스를 한 곳에서 일괄적으로 제공해 고객 맞춤형 타이어 컨설팅을 가능하게 해준다. 전통적 타이어 제조업의 밸류체인에 고객 맞춤형 컨설팅 밸류가 추가되어 비즈니스 모델의 중심축이 서비스로 이동한 사례다. 기업들은 장기 고객관리를 통해 충성고객을 확보해 좋고, 고객들은 제품을 오래 쓸 수 있어 좋고, 사회는 쓰레기 발생량이 줄어서 좋다.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은 소위 4차 산업혁명은, 현존하는 서비타이제이션의 개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기회로 평가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이 제품기획-R&D-생산-마케팅-판매-사후 서비스로 이어지는 제조업의 모든 프로세스에 도입되면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우리 사회가 모두 편익을 누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센서를 활용한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는, 제품이 생산되고 판매되어 소비되기까지의 의미 있는 정보들을 수집하여 분석 가능하게 한다. 고객에 대한 정보 분석과 제품의 최적화, 그리고 미래 수요 예측을 위한 실시간 데이터를 제공해 준다. 또한 원격 모니터링을 통해 제품의 성능에 이상이 없는지 사전에 파악해서 고객의 니즈를 선제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전통적 제조업 모델에 비해 적은 자원과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들어 각종 폐기물의 발생을 줄인다.

여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목할 만한 사례가 있다. 세계 1위 타이어 기업 브리지스톤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 파트너십을 맺어 ‘타이어 손상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시스템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차량용 클라우드 플랫폼과 결합하여 타이어에 생기는 흠집 및 손상, 마모와 관련된 실시간 정보들을 수집한 뒤 운전자에게 즉각 알려준다. 이는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과 산업 간 협력을 통해 새로운 솔루션을 제공해서, 과거 제조업의 패러다임에서는 상상할 수 없던 혁신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사회적 측면에서는 노면 상 유해물질에 대한 개선 정보를, 환경적 측면에서는 타이어의 효율적 사용을 통한 환경에 대한 부정적 영향의 감소를, 무엇보다 고객 가치 전달 측면에서는 ‘안전 운전’ 경험을 창출할 것이다.

향후 제조업이 혁신성장을 하려면 디지털 서비타이제이션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디지털 서비타이제이션을 할 때 제조기업은 비즈니스 경쟁력을 높여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고객은 차별화된 경험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다. 이처럼 디지털화된 경영환경 아래에서는 사회 전체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와 자원의 총량이 감소해 환경과 자원 문제에도 기여할 수 있다. 물론 수익 창출을 위한 서비스 비용의 책정 등 부차적 고려요인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서비타이제이션은 전통적인 제조업의 패러다임은 물론, 기존 서비타이제이션의 패러다임도 바꿀 ‘게임 체인저’다. 이 ‘게임 체인저’를 활용할 혁신적 사고와 산업 간 협업으로 경제와 환경의 가치를 함께 창출할 한국 제조업의 미래가 벌써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