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조선이 전한 김한솔 마카오 탈출과 CIA의 개입 전모

한국계 미 자가 수키 김, 자유조선 리더 에이드리언 홍 창, 크리스토퍼 안 설명 전해
자유조선, 마카오 탈출 김한솔 가족 타이베이서 만나 네덜란드행 주선
CIA 요원 네덜란드행 동행 후 김한솔 가족 행방 묘연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2020/11/18 10:55
한국계 미국인 작가 수키 김은 16일(현지시간) 미 주간지 뉴요커에 기고한 ‘북한 정권을 전복하려는 지하운동’이라는 기고문에서 김한솔이 CIA 요원을 만난 후 알려지지 않은 장소로 연행돼 행방이 묘연하다고 전했다. 사진은 자유조선이 지난해 5월 30일 김한솔(왼쪽)과 자유조선 멤버 크리스토퍼 안이 함께 찍은 사진을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사진=자유조선 홈페이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과 만난 후 사라졌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그의 행방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수키 김은 16일(현지시간) 미 주간지 뉴요커에 실린 ‘북한 정권을 전복하려는 지하운동’이라는 기고문에서 김한솔이 CIA 요원을 만난 후 알려지지 않은 장소로 연행돼 행방이 묘연하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지난해 3월 뉴욕 타임스퀘어의 ‘댈러스 BBQ’라는 음식점에서 만난 자유조선(구 천리마민방위) 리더 에이드리언 홍 창과 이라크 파병 미 해병대 출신으로 자유조선 멤버인 크리스토퍼 안이 전한 김한솔 구출 작전과 CIA에 의한 연행 과정을 설명했다.
김한솔은 아버지 김정남이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신경작용제 공격에 살해되고, 자신의 집을 경비하던 마카오 경찰이 사라지자 상호 연락자에게 전화, 어머니·여동생과 함께 마카오를 빠져나가게 도와달라고 홍 창에게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홍 창은 2013년 파리에서 처음 만난 김한솔이 구찌 구두를 신고 있었고, 그가 홍 창이 북한과 관련해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홍 창은 김한솔에 대해 “이렇게 돈이 많은 아이는 처음 봤다. 김정남이 생전에 많은 현금을 은닉했다”고 김 작가에게 말했다.

이들은 파리 만남 이후 연락을 계속 취해왔고, 김한솔이 구조 요청을 할 정도로 신뢰하는 관계가 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신경작용제 공격으로 살해된 김정남(왼쪽)과 그의 이복동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AP=연합뉴스
김한솔 측의 연락을 받은 홍 창은 김정남이 살해된 다음 날인 2017년 2월 14일 필리핀 마닐라에 머물고 있던 크리스토퍼 안에게 전화해 그날 밤 대만 타이베이(臺北)공항으로 날아가서 김한솔 가족을 만나라고 요청했다.

홍 창은 김한솔에게 ‘검은색 티셔츠와 LA다저스 모자를 쓴 남자를 스티브라고 부르면 대답할 것’이라고 접선 방법을 알려줬다고 한다.

크리스토퍼 안은 그날 밤 타이베이공항에 도착해 다음날 이른 아침에 공항에서 김한솔 가족을 만났다. 크리스토퍼 안은 김한솔, 김한솔의 여동생과는 영어로 대화하고, 그들의 어머니에게는 한국어로 말했다.

김한솔은 5피트 10인치(178cm) 정도의 키에 마스크를 한 채 긴소매 셔츠와 코트를 입고 여행용 가방을 끌고 있었으며 청바지를 입은 여동생은 영어가 유창한 평범한 미국 10대 같았다고 한다.

김한솔 어머니는 미모의 중년 여성이었고, 김한솔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물었고 김한솔은 크리스토퍼 안을 가리키며 “에이드리언을 믿기에 그도 믿는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안은 개별 방이 있는 공항 라운지에 김한솔 가족을 들여보내 김한솔 여동생과 어머니가 한방을 쓰고, 자신과 김한솔은 옆방에서 홍 창의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이 때 김한솔은 크리스토퍼 안에게 조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낚시를 한 이야기를 했다.

홍 창은 크리스토퍼 안에게 김한솔 가족을 받아들일 국가로 3개국과 협의 중이라고 했고, 이후 “한 국가가 김한솔 가족을 받아들이기로 했으니 표를 끊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외곽 스키폴국제공항으로 가라”고 말했다.

이들이 타이베이공항에서 만난 지 약 18시간 후였다.

하지만 김한솔 가족은 네덜란드행 비행기에 탑승할 수 없었다. 김한솔 가족의 여권을 본 공항 직원이 놀라면서 탑승할 수 없다고 제지한 것이다. 김 작가는 김정남이 피살된 후 이 지역 다른 공항에서도 김한솔 가족의 여권에 대해 경계령이 내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지난해 2월 22일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에 가담한 협의로 미 사법당국에 체포됐다가 가석방된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토퍼 안(39)의 모습으로 미 검찰이 지난해 4월 23일 증거로 공개한 것./사진=AP=연합뉴스
크리스토퍼 안과 김한솔 가족은 라운지로 돌아왔고, 몇 시간 뒤 CIA 요원 2명이라고 나타났다. 한 명은 ‘웨스’라는 이름의 한국계 미국인이었고 다른 한 명은 백인이었다. 이들은 김한솔과 대화를 요청했다.

공항 요원들은 다음 날 다시 나타나 친절한 태도로 암스테르담행 비행기표를 예매하는 것을 도왔다. 이에 김한솔은 안도하는 것 같았지만 웨스라는 요원이 김한솔 가족과 동행할 것이라고 해 크리스토퍼 안은 걱정했다고 한다.

크리스토퍼 안은 김한솔과 헤어지기 전 홍 창의 지시에 따라 ‘보험용’으로 김한솔의 동영상을 찍고, 함께 셀카를 찍었다.

이 동영상은 3월 8일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됐다. 이는 김한솔과 천리마민방위의 존재를 전 세계에 알렸고, 천리마민방위가 김한솔을 납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크리스토퍼 안을 설명했다.

크리스토퍼 안과 김한솔을 헤어지면서 포옹을 했고, 네덜란드 인권변호사의 지원을 받는 자유조선 팀과 당시 서울과 평양주재 대사를 겸하고 있던 로디 엠브레흐츠 네덜란드대사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김한솔 가족은 옆문을 통해 공항 내 호텔로 안내됐다.

홍 창은 김한솔로부터 네덜란드 망명 의사를 확인하고, 자유조선 멤버들과 변호사를 호텔 로비로 보냈지만 김한솔을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수키 김은 “여러 소식통이 CIA가 김한솔과 그의 가족을 모처로 데려갔다고 말해줬다”면서 “(김한솔 가족을 데려간 곳이) 네덜란드인지 아니면 다른 나라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CIA 한반도 분석관 출신의 수미 테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홍 창이 김한솔을 CIA에게 잃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고 김 작가는 전했다.

김한솔의 탈출을 도운 크리스토퍼 안은 지난해 2월 22일 일어난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에 가담해 미 사법 당국에 체포돼 90일간 구금됐다가 가석방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