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성탄절 전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작…한국은 언제쯤?

3000만명분 백신 연내 확보 계획
"안전 이유로 구매 주저하면 안돼"

장지영 기자|2020/12/02 06:00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 로고 옆에 ‘코로나19 백신’이라고 쓰인 유리 용기가 보인다./ 사진 = AFP 연합뉴스
미국이 성탄절(12월25일) 전엔 모더나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실시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국내 백신 확보와 접종 시기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정부는 내년 2분기(4~6월) 접종 시작을 목표로 백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 유럽,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선 많이 뒤쳐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8억 회분을 확보한 미국이나 2억 회분 정도 공급받기로 한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물량이 없는 데다 백신 종류조차 발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백신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둔 행보로 해석할 수 있지만 백신을 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도 백신 확보가 늦어질 수록 고통받는 것은 국민이라며, 빠른 백신 확보를 촉구했다.

1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국제백신협약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1000만명분, 개별 제약사와의 선구매 협상으로 2000만명분 등 전 국민의 60%에 해당하는 3000만명분의 백신을 연내 확보할 계획이다. 코백스 측에는 선급금인 850억원을 이미 지불했고, 해외 제약사를 통해 확보하는 2000만명분에 대해선 현재 질병관리청을 중심으로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 백신 임상시험 3상에 돌입한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5개 업체가 대상이다.
미국은 빠른 백신 개발 속도 만큼 접종도 서두르고 있다. 엘리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30일(현지시간)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두 개(화이자·모더나)의 백신’이 올해 성탄절 전에 미국인에게 투여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외에도 코로나 백신 확보에 선제적으로 나선 국가들도 많다. 최근 미국 듀크대 글로벌보건혁신센터가 집계한 주요 국가별 코로나 백신 확보물량(20일 기준)에 따르면 인구 약 3770만 명인 캐나다는 지금까지 총 4억1400만회분의 백신을 구매했다. 2위는 인구 1인당 백신 7.9회분을 확보한 미국이다. 다음으로는 영국 7.5회분, 호주 5.3회분, 칠레 4.4회분 등이 뒤를 이었다. 세계 각국이 수량을 확보한 상황이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협상을 진행 중이다.

우리 정부는 백신 접종의 방향을 ‘속도’보단 ‘안전’에 맞추고 있다.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신뢰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우려 때문이다. 임상시험을 통해 인체 투여 안전성을 확보했더라도 인종, 나이, 성별, 건강 상태에 따라 접종 후 효과나 부작용이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타국가의 접종 상황을 먼저 살피고 최종 단계에서 가장 안전한 백신을 고른다는 것이 정부 측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백신의 안전성을 이유로 선구매를 주저한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의)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는 데 미국식품의약국(FDA)이 허가를 내겠냐”면서 “정부가 안전성을 이유로 신중하게 구입하겠다는 표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사실상 백신을 확보해 선주문한 다른 나라에 밀려 백신 구매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정부의 ‘늦장대응’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지게 될 수밖에 없다. 이미 연내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기가 공식화된 미국과 달리, 한국은 K-방역으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으나 사실상 백신 접종 국가에선 후발주자다. 이같은 추세라면 내년 상반기 백신 접종도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넥신 관계자는 “내년 9월까지 허가 승인 신청이 목표”라며 “정부에서 다른 국가들처럼 획기적인 패스트트랙을 지원하지 않는 이상, 속도가 나기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